[고고학에게 말 걸기 20선]<10>예수의 무덤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 [10] 예수의 무덤/심차 야코보비치·찰스 펠리그리노 지음

《“이 남자와 이 여자는 한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모자 관계일 수도 없습니다. 모계 쪽으로는 남매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샘플들이 한 무덤에서 나왔다면, 그 무덤이 가족의 무덤이라 가정한다면, 두 사람은 아무런 관계도 없기 때문에 부부였을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다빈치 코드’보다 충격적인 유골

1980년 이스라엘 고고학국 고고학자들은 예루살렘 외곽 탈피오트의 아파트단지 건설 현장에서 1세기경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에서만 유행했던 유골함 무덤을 발굴했다. 유골함 무덤은 동굴 외실에 1년간 시신을 보관해 살이 다 썩으면 그 뼈를 수거해 석회암 뼈단지에 담아 내실의 벽감에 보존하는 무덤 양식이다.

‘탈피오트 열 무덤’으로 불린 이 무덤에선 모두 10개의 유골함이 발굴됐다. 1개는 발굴조사 도중 사라졌다. 남은 9개 중 6개의 유골함에서 이름이 확인됐다. ‘요셉의 아들 예수’ ‘마리아’ ‘마태’ ‘요세’ ‘마리암네’ 그리고 ‘예수의 아들 유다’였다.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의 부모 이름이고 마태와 요세는 신약성서에 기록된 예수의 형제들 이름과 일치한다. 기독교 신자라면 흥분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발굴 조사가들은 유대인이었다. 1세기경 마리아와 요셉, 예수란 이름은 너무 흔했고 예수의 아들은 그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폭발력이 컸다. 이 때문에 이 무덤의 존재는 수십 명의 관계자에게만 알려진 채 다시 묻혔다.

이 무덤의 존재가 다시 부각된 것은 2007년이었다. 영화 ‘타이타닉’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하고 유대계 캐나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심차 야코보비치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예수의 잃어버린 무덤’이 방영되면서였다. 이 책은 그 다큐멘터리에 다 담지 못한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도 자세히 담았다.

출발점은 2002년 존재가 드러난 ‘요셉의 아들, 예수의 동생 야고보’라고 적힌 유골함이었다. 야고보는 예수의 또 다른 형제 이름이다. 이 유골함의 존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던 야코보비치는 이 유골함이 탈피오트 열 무덤에서 사라진 유골함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 이 유골함의 크기는 1980년 기록으로만 남은 유골함의 크기와 거의 같았다. 이 유골함의 녹청 성분분석 결과도 다른 9개 유골함의 녹청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탈피오트 열 무덤이 예수의 가족무덤일 통계적 확률은 매우 높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전체 여성의 25%가 마리아였고 남자 중 요셉은 14%, 유다는 10%, 야고보는 2%에 해당했다. 그러나 이 이름들이 한 가족으로 묶일 확률은 25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여기에 마리암네가 막달라 마리아의 본명이라는 ‘빌립행전’의 5세기 필사본 기록이 더해지면 그 파급력은 상상력의 산물인 소설 ‘다빈치 코드’를 능가한다.

앞에 인용한 글은 ‘예수’와 ‘마리암네’라고 적힌 유골함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한 전문가가 그들이 누구인지 모른 채 한 말이다. 이에 따르면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다빈치 코드’가 주장한 딸이 아니라 아들이 태어났으며 유럽이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숨을 거뒀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기독교계의 통념을 뒤집는 내용이라 거센 반발을 불렀다. 눈 뜬 장님 신세가 된 이스라엘 고고학계도 쌍지팡이를 들고 반박에 나섰다. 그러나 그 반박 논리는 이 책의 과학적 분석을 압도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통계가 진실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캐머런 감독이 서문에 쓴 글처럼 조사는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섣부른 예단은 삼가고 오로지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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