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엄마의 와우! 유럽체험]하노버의 INFA 박람회

  • 입력 2001년 2월 2일 15시 50분


박람회의 도시 하노버에 산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는 박람회장을, 전철 티켓 한 장으로 가뿐히 만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간단히 김밥 도시락과 커피를 싸들고 출발, 오늘도 40분만에 도착했습니다. CEBIT 컴퓨터 박람회와 함께 가장 유명한 하노버 박람회는 INFA 생활용품 박람회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 생활에 관련된 모든 것을 전시합니다. 음식, 건축, 가구, 장식용품, 장난감, 자동차, 건강식품, 노인용 의료보조기구, 여행용품, 스포츠용품 등등... 특히 인건비가 비싼 독일에서는 스스로 주택의 개보수를 해결해야 하므로, INFA 같은 박람회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요. 가격도 박람회 중에는 20% 정도 저렴하니까 알뜰쇼핑의 기회가 됩니다.

박람회장인 메세에 도착하면 일단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가서 지도를 입수, 원하는 것만을 골라 보는 것이 효과적이겠지요. 관심 있는 것만 뽑아보는데도 하루는 족히 걸리니까요. 건물 수십 개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미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셔야겠죠.

세계문화관은 세계의 토속품과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각 부스마다 구수한 음식냄새가 그만이군요. 앗, 저기 한국관이 보입니다. 오늘 음식 코너는 하노버에서 제일 큰 아시아식품점을 운영하는 박사장님이 맡으셨군요. 멀리서도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금세 눈에 들어옵니다. 독일인들이 얼마나 한국음식을 좋아하는지 놀라실 거에요. 특히 고소한 야채튀김, 잡채, 김밥, 불고기를 너무 너무 좋아하죠. 독일통 박사장님이 독일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퓨전 메뉴 덕분이에요. 예를 들어 야채튀김은 달짝지근하게 튀김옷을 입히고, 잡채를 국수에 넣어 볶고, 오징어튀김은 케첩을 뿌려 먹거든요. 김밥이 한 줄에 8마르크니까 약 5000원 정도. 한국 기준으로 생각하면 김밥이 아닌 금밥이지만, 독일인들은 맥주를 곁들인 동양의 별미에 마냥 행복한 표정입니다.

건너편 부스에서는 이탈리안 파스타, 헝거리안 굴라쉬가 큰 냄비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군요. 화통한 요리사 아줌마가 인심 좋게 푹푹 접시를 채워주며 휘파람을 불고 있습니다. 화려한 색채와 냄새의 향연. 수십개 음식 부스가 설치되었건만, 떨어진 휴지 한 장 찾을 수 없는 질서의식도 높이 살만한 점이지요.

박람회장 곳곳에는 다양한 홍보자료를 준비하고 있어 도움을 줍니다. 특이할 만한 점은 홍보 자료에 고리가 달려 있어 필요한 자료를 파일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 정리정돈, 자료정리의 귀재 독일인의 세심한 배려를 느끼게 되더군요. 홍보자료 곁에 놓여진 음료수며 쿠키, 쵸컬릿, 풍선, 스티커, 뱃지 등은 이곳을 찾은 어린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는 도우미. 틈틈이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나우가 칭얼댈 때 사용했더니 안성맞춤이더라구요. 브로슈어도 모이니 꽤 묵직하군요. 아까 박람회장 부스에서 헝겊가방을 받아 두길 잘했죠. 브로슈어 가방을 나우 유모차 손잡이에 매달고 다녔더니 정말 편하더라구요. 물론 나우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발등을 찍히긴 했지만...

박람회장에는 부모들을 위한 놀이방 시설도 갖추고 있어요.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를 돌봐주는데, 한시간에 한번씩 부모가 이곳으로 와서 아이가 잘 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혹 울고 떼를 쓰면 부모가 데리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죠. 놀이방 이용비는 우리 돈 600원 정도.

자동차 회사 오펠(OPEL)에서 만든 어린이 작업마당도 흥미만점입니다. 한쪽에는 다양한 모양과 색상의 스폰지가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 스폰지를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하면 되는 거죠. 소파를 만들어 자거나, 천장까지 탑을 쌓거나 자유에요. 그 대신 놀고 나서는 원래 모양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그 곁에는 접시 돌리기, 찰흙놀이, 블록 쌓기 등 원하는 작업을 자율적으로 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독일어린이들은 다른 친구가 놀고 있는 장난감은 절대 손대지 않습니다. 정 같이 놀고 싶으면, 다가가서 내가 해도 되니? 물어야 하구요. 그래서인지, 수십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도, 저들만의 놀라운 질서 속에서 자유를 만끽합니다.

나우가 오펠 작업마당에서 실컷 놀고 나오는데 지도 교사가 선물봉투를 주더군요. 오펠사의 협찬용품이랍니다. 자동차 종이 접기, 찰흙, 자동차 그림책, 색칠하기, 크레파스, 요요 등이 알찬 패키지에 가득... 하나 하나에 새겨진 오펠 로고와 다양한 그림들... 100% 교육적이면서도, 100% 기업 PR에 기여하는 아이디어라고나 할까요?

하루 온종일 걸었는데도 다 보지 못해 그 다음날까지 연 이틀을 돌아본 하노버 INFA 박람회. 부스 가득 메운 인파 사이를 걸으며 가장 즐거웠던 점은, 독일인의 생활 엿보기였습니다. 몸에 밴 절약과 질서, 청결과 예의에 대한 결벽증, 절대 내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용서치 않는 가정교육 등등... 인파가 많은 장소이기에 더욱 빛을 발하더군요.

아이들은 복제의 천재. 나우에게 바람 풍을 가르치려면, 나우 엄마도 바람 풍을 해야 하기에, 오늘도 "나나 잘하자"를 외치며 삽니다.

나우엄마(nowya200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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