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독자경험담]"사회생활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28세의 미혼여성이다. 엄마는 아빠가 벌어오는 돈을 굴려 목돈을 만들려고 요리조리 궁리하는 전형적인 가정주부. 나 역시 안해본 과외, 안다녀본 학원이 없을 정도로 극성스러운 교육을 받았다. 엄마는 “여자도 사회생활을 해야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했다. 어쨌든 나는 꽤 야심만만한 여성이 됐고 그렇게 취업이 어렵다던 시절, 대기업에 입사하게 됐다. 일이 바빠 선이니 뭐니 하는 것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엄마는 어느 사이엔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이란,집에서 빈둥거리지 말고 문화센터같은 데서 취미생활하라는 것”“시집가면 평생 취업인데 스트레스 받으며 돈 버는 건 남편시키고 넌 하고 싶은 것하면 된다” 등등.

엄마, 피곤하고 스트레스받는 것도 사실이예요. 하지만 어렵게만 보이던 일을 해결했을 때의 환희도 만만치 않답니다.(임상희)

▽어머니는 당신이 원하던 공부를 계속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이 많았다. 어려서 “왜 엄마는 일 안해?”라고 물었을 때 우리에게서 배신감을 느꼈단다. 어려서부터 “여자는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럼에도 대학 졸업때까지 나는 아무 대책이 없었고 졸업 후 취업의 벽에 부딪혔을 때 깊은 절망감을 맛봐야 했다. 뒤늦게 고시공부를 시작했고 어머니는 3년동안 고3엄마처럼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내가 자신없어 할 때마다 어머니는 내게 숨겨진 재주와 능력을 조목조목 말하면서 용기를 북돋기도 하고 “엄마처럼 될래?”라며 협박도 하셨다.

내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도 나의 성공을 위해 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어머니의 기대 덕분이 아닐까? 몇주만 있으면 둘째아이가 태어난다. 이번에는 딸이기를 바란다. 나도 딸의 미래를 위해, 내가 어머니에게 받은 그 사랑과 헌신을 물려주고 싶다.(이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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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이야기는 ‘엄마가 늙는다는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딸의 옆에 있어줄 것 같았던 엄마가 늙을 때 딸인 나는, 혹은 딸의 엄마인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E메일(kjk9@donga.com)로 의견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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