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예절 바른아이 3]인사성없는 아이 사회성 없다

  • 입력 1998년 12월 14일 19시 12분


아파트 복도에서 어른을 만나도 본체만체. 어쩌다 “얘야”라고 말을 걸면 인사는 커녕 “왜요?”라고 나오는 아이들. ‘버릇없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서강대 정유성교수는 “부모가 이웃과 인사하지 않고 지내는 등 본을 안 보이는 데 아이가 뭘 배우겠느냐”면서 “아이들의 인사성이 없는 것은 모두 어른 탓”이라고 단언.

왜 인사예절이 끊임없이 입에 오르내릴까. 나만 사는 게 아니고 남과 함께 사는 사회라 기본예절이 중요한 탓. 나아가 요즘은 첫인사로 사람을 판단하고 계량화하는 경향까지 있다.

백화점 은행 등 고객과 직접 만나는 업종은 앞다퉈 인사교육을 실시한다. 매출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일반 직장에서도 인사예절은 중요하다. 퇴출당하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 그러나 ‘인사성 없는 직원’으로 찍히면 결정적 순간에 좋을 리 없다는 게 회사간부들의 이야기. 대학생과 직장인에게 인사예절 등을 가르치는 현대백화점 서비스아카데미의 김경호차장(39). “인사 잘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다. 아이에게도 이 점을 알아듣게 설명하는 게 좋다.”

총신대 김동춘교수는 “외국인이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사람에게도 ‘하이’라고 인사하는 것은 습관”이라며 “어릴 때 인사법을 몸에 배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 부모가 먼저 “잘 다녀왔니” “도와줘서 고맙다”라고 시범을 보이는 게 좋다.

‘나갈 때는 행선지를 알리고 돌아와서는 얼굴을 보이고 인사한다’는 옛말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은 오늘날에도 기본원칙. 부모도 외출할 때는 자녀에게 행선지와 시간을 일러주는 게 좋다.

인사할 때는 굳이 형식에 매일 필요가 없고 반가움이나 마음을 나타내면 된다는 게 유아교육전문가들의 말. 서울 방배동 아람유치원 박문희원장은 “교과과정에 나오는 대로 ‘몇보 앞에서 몇도 각도로’ ‘…다’ ‘…까’를 강요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게 좋다”고 말한다. 예컨대 “할아버지…”하고 팔을 벌려 달려드는 손자는 존대는 안했지만 훌륭한 인사가 아니겠느냐는 것.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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