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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4월 15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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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영(28·주부·경기 고양시 벽제동)
항상 다정다감한 주한씨. 결혼 4년째인데도 아내를 왕비처럼 떠받드는 변함없는 사랑에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요.
하지만 5월이 다가오면 속상해요. 주한씨는 올해도 대학 때 동아리(서클)후배들의 1박2일 MT에 따라가겠다고 하는군요. 친구나 후배들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인 남편. 대학시절을 보낸 동아리에 특별한 애정이 가는 걸 저도 이해해요. 하지만 1박2일 MT는 좀 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요? 졸업 8년째가 되도록 한해도 빠짐없이.
더구나 아직 아기가 없다보니 주한씨 혼자 놀러간 주말과 일요일이면 외롭고 쓸쓸해요. 집이 좀 한적한 곳에 있어서 무섭기도 하고요. 1년에 한번인데 뭘 그러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 부부는 단둘이 오붓한 휴일을 보낼 기회가 많지 않아요. 웬 모임이 그렇게 많은지…. 주한씨는 저보고 함께 가자고 하지만 그이 후배들은 후배들대로 불편해 하고 저혼자 외톨이가 돼 어색할 거예요.
5월의 화사한 휴일. 오전에 시부모님과 교회에 갔다가 오후에 단둘이 근교로 소풍이라도 가고 싶다는 제 기대가 지나친 걸까요? 더구나 결혼기념일도 그 땐데….
▼ 남편생각 ▼
김주한(32·SK제약 대리)
워낙 친구와 후배를 좋아해요. 그러다보니 정작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에게 자칫 소홀해질까봐 조심하고 있어요.
5월초로 예정된 대학 동아리 후배들의 MT에 참가하기로 한 것도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이에요. 사실 아내와 저녁상 마주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든 요즘같이 바쁜 시기에 모처럼의 휴일마저 후배들과 보내는 게 엄청나게 미안해요. 더구나 1박2일….
하지만 동아리 창립멤버로서의 책임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초로의 선배에서부터 갓 스물의 후배들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동아리문화. 전통을 만들어가야 할 창립멤버인 제가 빠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또 젊은이들의 생각과 감성을 배우고 이해해야 하는 직업의 성격상 이번 MT는 저에게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대학시절의 낭만과 젊음의 패기를 잠시나마 다시 만날 기회죠. 더구나 선배들과의 만남에 대한 후배들의 기대를 어떻게 무너뜨리겠어요.
게다가 1년에 한번이잖아요. 그리고 옥영이를 ‘주말과부’로 만드는 게 미안해 MT에 같이 가자고 했어요. 함께 간다면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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