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준영]한중 간 사드 마찰, 북핵에서 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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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중국 국민들의 정서를 정부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보이는 일련의 상황을 놓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외교부 고위 인사가 방중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한 말이다. 그동안 한류 콘텐츠 제한·금지 조치를 일컫는 한한령(限韓令) 금한령(禁韓令) 등에 대해 정부 입장이 아님을 주장해 온 중국이 사실상의 보복 조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그동안의 한류 제재는 물론이고 한국으로의 여행객 20% 축소 지시나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대한 제재, 최근 한국 항공사들이 신청한 1월 전세기 취항 불허 등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을 사드 보복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저가 패키지여행을 억제하기 위해 여행객 수를 제한하였고, 생산능력 인증 기준 강화로 한국 배터리 업체가 제외됐다는 말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중국해 판결 이후 중미 갈등 속에서 중국의 편에 섰던 일부 동남아 국가들이 신청한 전세기 취항은 허가해 분명한 ‘제재’ 의도를 드러냈다.

 중국은 체제 특성상 하부 기관이나 기업들이 정부 의중을 거스르기 어렵다. 중국 정부의 해외 투자자금 회수 정책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 자본 이탈이 전년 대비 10배나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드 배치라는 안보 문제의 파장이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전기·전자나 정보기술(IT) 산업, 철강·화학 등 우리 주력 업종에까지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이 2일, ‘한반도 사드 반대’가 올해 중국의 핵심 외교방침임을 천명한 것을 보면 향후 중국의 사드 관련 보복이 조직적 단계로 진입할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에 중국의 반발이 이처럼 거셀 줄을 예상치 못한 것 같다. 중국은 미국이 북핵 위협을 빌미로 사드를 배치하고 결국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구축하는 중국 견제 시도의 일환으로 보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북핵 위협에 대한 자위 수단으로 사드를 배치한다는 우리의 주장을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중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면서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사드 배치가 중국의 핵심 안보 이익을 저해한다는 논리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말로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어쨌든 사드 배치는 절대 불가라는 주장만으로는 한국을 설득할 수 없다.

 중국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기존의 공식 채널은 무시한 채 양보만을 요구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양국 간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의 안보전략 대화나 양측 외교부와 국방부 인사 간의 2+2 외교안보대화, 고위급 국방대화 등 대화 기제가 있다. 우리 요청에는 묵묵부답이던 중국 외교부의 고위 관료들이 야당 의원들을 만나고, 외교 관리가 내한해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것은 외교의 격을 스스로 낮추는 행동이다. ‘한반도에 중국을 적대시하거나 다른 대국과 동맹을 맺는 정권이 들어서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는 환추(環球)시보의 겁박은 더욱 비이성적이다.

 중국은 국정 공백을 맞은 현 한국 정부와의 소통은 피하면서 차기 정권에 사드 배치 연기나 철회 기대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현실적 북핵 위협 앞에 자유로운 한국 지도자는 어디에도 없으며, 가시적 조치 없는 일방적인 중국 요구를 받아들일 한국 사회는 더더욱 아니다. 사드 배치 문제의 본질은 북핵에 있다. 중국이 무리하게 보복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국내 정치권도 이를 안보 포퓰리즘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속히 정상적 소통 채널을 복원해 이성적 사고로 본질 문제에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한류제재#사드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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