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지역별 나눠주기… 국가경쟁력 도움될까

  • 입력 2005년 6월 2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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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177개 공공기관의 이전 지역이 확정됐다.

한국전력,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10개 대형 공기업은 수도권과 충남, 제주도를 제외한 10개 지역에 분산 배치됐다.

또 지역별로 이들 10개 공기업을 중심으로 나머지 167개 기관들을 자원개발, 토지관리, 주택건설, 금융, 에너지 등과 같은 산업군으로 나눴다.

배치 기준은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유도하자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이전 방안에 대해 지자체별로 희비(喜悲)가 엇갈리고, 이전 대상 공공기관 노조들의 반발 움직임도 있어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또 기관 분산 기준이 지역 안배에만 초점을 맞춰 공공기관 이전이 당초 의도와 달리 국가 경쟁력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어떻게 선정했나

건설교통부는 공공기관 이전 배치 원칙으로 지역발전 정도, 이전 대상 공공기관과 지역 전략산업의 연계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각 공공기관의 인원과 지방세 납부 실적, 예산 등을 종합 평가해 전체 순위를 매긴 뒤 상위 10여 개 기관을 전국 광역 지자체에 골고루 나눠 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만 한국전력은 덩치가 크고 파급 효과가 엄청나 동반 이전기관을 최소화함으로써 형평성을 맞추려 했다.

또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특성에 맞춘 혁신도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수도권과 행정도시 예정지역인 충남, 대전은 제외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한전기공㈜ 전력거래소 등 업무상 관련이 있는 2개 기관과 함께 광주로 이전하게 됐다.

광주와 경합을 벌였던 울산은 16개 시도 가운데 인구증가율이나 1인당 소득세 및 법인세 납부실적 등이 1, 2위를 차지해 광주에 밀렸다.

지난해 지방세 납부액이 한전(185억 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토지공사(171억 원)가 전북에 배치된 것도 같은 이유다.

전북은 9개 도 가운데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DP)이 가장 낮고 면적에 비해 인구도 적은 편이다.

○ 희비 엇갈린 공공기관

정부 최종방안이 알려지면서 기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토지공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기업도시 건설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을 주도해야 할 입장이어서 행정도시와 가까운 지역으로 이전하길 희망했다”며 “전북은 이런 조건을 갖춘 곳으로 판단된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자신들이 희망한 지역과 거리가 먼 지역으로 배치된 일부 기관은 노조를 중심으로 강력히 반대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주택공사 노조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면서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 향후 일정

정부는 24일 공공기관 이전 지역을 확정 발표한 뒤 시도지사와 이전 대상 공공기관, 주무 부처 사이에 ‘이전 협약’을 체결한다.

협약에는 이전 규모와 시기, 이전 지역과 지원 사항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각 공공기관의 이전 대상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에 들어간다. 내년 하반기에는 공공기관에 대한 용지 보상과 사옥 설계가 이뤄진다.

2007년 하반기부터 신사옥 건축과 기관별 이전이 시작되며 2012년이면 177개 공공기관의 이전이 모두 마무리된다.

또 공공기관 이전 지역별로 들어서는 혁신도시도 여기에 맞춰 건설이 추진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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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북 경북 “환영”… 부산 전남 “수용 못해”▼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발표를 하루 앞둔 23일 이전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자 해당 지방자치단체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일부 지자체는 “기대했던 대로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한 반면 일부 시도는 “원하지 않는 공공기관 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기대했던 대로 됐다”

광주의 경우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이전이 확실시되자 “지역의 낙후도를 감안한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공식 입장은 24일 정부의 최종발표 직후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예정이지만, 한전 이전으로 세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도 한국토지공사 이전이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지자 만족하는 분위기다.

전북도 이형규 행정부지사는 “유치를 희망했던 대형 기관인 토지공사 이전이 확정적이고 농업생명 분야 관련 기관 유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공기관 유치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경북도는 한국도로공사가 이전해 오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 한전을 제외한 빅3인 대한주택공사와 토지공사, 도로공사 가운데 한 곳을 확보한 것은 만족할 만한 성과라는 것.

○ “결코 수용할 수 없다”

부산시는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토지공사의 전북 이전이 유력하자 공공기관 수용 거부 입장을 밝히는 등 크게 반발했다.

허남식(許南植) 부산시장은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부산시의 입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시도별로 1개의 대규모 공공기관과 2개 기능군, 개별기관을 배치한다는 원칙 아래 정부와 자치단체 간에 기본협약을 체결하고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전 방침을 변경하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의회와 학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범시민연대회의 대표단은 이날 청와대와 총리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밀실 결정’에 대한 항의·규탄 성명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가 시도별 배치기준을 대폭 변경한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특정지역의 표심을 의식한 몰아주기식 작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전남도는 당초 요구했던 주택공사 대신 농업기반공사가 이전해 올 것으로 알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남도 이개호(李介昊) 기획관리실장은 “공공기관 이전이 정치적 의도나 입김에 따라 흔들릴 경우 도민 등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쉽지만 그나마 다행”

한국가스공사가 이전해 올 것으로 알려진 대구시의 경우 당초 기대했던 이른바 ‘빅4’ 이전이 무산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으나 대체로 무난한 결정이라는 분위기.

한전 유치 경합을 벌였던 울산시는 “씁쓸하지만 석유공사나 가스공사가 온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이 밖에 한국관광공사가 이전해 올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는 “큰 것보다는 지역 여건에 부합되는 실속 있는 기관을 유치한다”는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며 만족스럽다는 평가.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광주=김 권 기자 goqud@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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