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도이전까지 승부수

  • 입력 2004년 7월 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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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수도 이전 반대 여론을 자신에 대한 불신임이자 퇴진운동이라고 몰아붙인 것은 참으로 놀랍고 실망스럽다. 국가백년대계인 수도 이전을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구해 나가자는 다수 여론을 이렇게 몰아붙여서야 이 정부가 강조해 온 국민참여가 무색할 지경이다.

수도 이전은 권력의 논리나 이념적 가치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장래와 국민의 미래 삶과 직결되는 생활의 문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권력의 논리와 ‘정치적 승부수’로만 접근하고 있다. 수도 이전까지 지지세력 결집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일부 신문이 기득권 수호를 위해 수도 이전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언급했다. 이 또한 권력 논리에서 빚어진 왜곡된 인식의 소산으로 달리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현 정부 출범 후 수도 이전에 대한 찬성 여론은 한때 57.1%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찬성(43.5%)과 반대(42.7%)가 엇비슷하게 나타났고, 지난달 초 정부 이전 대상기관 85곳이 선정된 후 각종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반대가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반대가 찬성을 10%포인트나 앞지른다. 또 60%가량이 수도 이전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같은 여론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이미 불신임된 것인가, 퇴진을 원치 않는다면 수도 이전에 무조건 찬성하라는 말인가. 매사에 이런 식의 대립적 해석을 초래한대서야 국정이 안정될 리 없다.

각계 인사 130여명이 어제 “수도 이전과 같은 국가 중대사가 정치적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뒤 수도 이전을 추진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선 것도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데서 비롯됐을 것이다.

수도 이전은 노무현 정권의 성패를 넘어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명운이 걸려 있는 문제다. 대통령이 정치적 승부수로 밀어붙일 문제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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