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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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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이 그림이 사라진 것이다. 루브르박물관측은 당황했다. “차라리 노트르담 사원의 탑을 훔치는 게 수월할 거요!” 철통같은 보안을 장담했던 박물관이었다.
도난사건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지 하루가 지나서야 그 사실을 눈치 챘다.
대체 누가, 왜 훔쳤을까?
루머가 난무했다. “프랑스의 국가적 자존심을 깎아내리기 위한 독일의 음모다!”
청소작업을 하다 그림을 손상시킨 박물관측이 꾸민 자작극? ‘가짜 모나리자’를 진짜처럼 팔아먹기 위한 사기꾼들의 ‘알리바이용(用)?’
‘장물 취득’의 전과(前科)가 있는 시인 아폴리네르가 범인으로 몰렸고 피카소도 공범으로 심문을 받았다.
그러나 이태 뒤 붙잡힌 범인은 루브르에 인부로 일했던 이탈리아 화가였다. 그는 당당했다. “나폴레옹이 조국에서 탈취해간 그림을 되찾았을 뿐이다.”
정작 그 그림을 프랑스 왕에게 팔아넘긴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는데도.
왜 모나리자에 홀리는가.
안개가 낀 듯 흐릿하게 피어나는 모나리자의 미소. 그 알듯 모를 듯한 미소는 신비다. 마법(魔法)이다. ‘억제된 도발’이다.
그 정체는 뭘까. 백만장자의 후처(後妻)였던 그림의 실제 모델이 남편의 부음소식에 ‘내놓고 기뻐할 수 없었던’ 야릇한 표정인가. 아니면 치통 때문에?
모델에 대해서도 설이 구구하다. 손목이 부어있대서 ‘임신 중’이라고도 하고, 앞니가 없고 입술부위에 상처가 있대서 ‘매 맞는 아내’라고도 한다.
프랑스의 전위화가 마르셀 뒤샹은 모나리자의 복제화에 콧수염과 턱수염을 그려 넣었다. 제목은 외설스러웠다. “그녀는 뜨거운 엉덩이를 가졌지….” 원작자의 동성애 성향을 빗댔다.
뒤샹은 성에 안 찼는지 만년엔 그 수염을 깎아(?) ‘면도한 모나리자’도 선보인다.
세계 미술사상 하나의 그림이 이렇게 찬사를 받은 적이 있었던가. 예이츠, 고티에, 쥘 베른, 서머싯 몸, 앙드레 지드, 오스카 와일드…. 내로라하는 문호들이 이 그림에 몰입했다.
모나리자는 광고와 팝의 세계에도 손을 뻗쳐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녀는 사이버 공간의 여왕이다. ‘휘하’에 10만개가 넘는 웹 사이트를 거느리고 있다.
모나리자의 관능(官能)! 그것은 시간을 초월한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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