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것만은]"식당음식 너무 맵고 짜요"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34분


요즘 터키인들은 월드컵을 개최하는 한국인이나 일본인 못지 않게 들떠 있다.

유럽의 축구 강호들 틈바구니에서 번번이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터키가 48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기 때문.

이탈리아리그에서 뛰고 있는 터키의 축구스타 하칸 수케르를 좋아하는 축구광인 한국외국어대 터키어과 세다트 아자클르 교수(32·사진). 그는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터키의 첫 번째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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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지금 경제위기로 상당히 어려운 처지입니다. 하지만 48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 본선인지라 한국행 비행기표는 이미 오래 전에 동이 났고 터키축구협회까지 나서서 항공사들에 한국행 운항 편수를 늘려 달라고 요청한 상태지요. 최소한 5000명 이상의 터키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봅니다.”

정이 많고 따뜻하지만 불같은 성격의 터키인은 한국인과 성향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 아자클르 교수의 생각. 예를 들어 한번 목표를 정하면 똘똘 뭉쳐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는 모습이나 온 국민이 하나되어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것 등은 마치 터키인을 보는 듯하다는 것.

지난해 한국에 온 그가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에 바라는 점은 두 가지. 외국인들을 배려한 음식 준비와 교통 문제다. 음식의 경우 대부분의 한국 식당이 외국인이 즐기기에는 너무 맵고 짠 음식을 내기 때문에 한번 한국 음식을 먹어 본 외국인들이 다시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

그는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야 하고 메뉴에 영문 표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교통 문제. 그에게 서울의 ‘교통 지옥’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한국을 처음 찾는 외국인들에게 교통 문제는 웃어넘기기에는 너무 심각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교통 문제에 철저히 대비를 하겠지만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월드컵 기간에는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경기가 벌어지는 당일에는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지요.”

이번 월드컵에 가족 친지와 함께 경기장을 찾을 예정인 그는 “터키와 한국의 16강 동반 진출을 기대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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