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특집]"2조 황금시장 잡아라" 학습지업체 경쟁

  • 입력 1999년 9월 15일 15시 13분


《천문학적 규모를 자랑하는 학습지 시장을 놓고 학습지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98년 한국교육개발원 ‘한국의 교육비 조사 연구’에 따르면 학습지 시장 규모는 2조1000억원. 공교육비의 6.9% 수준. 학습지 회원수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460만명이나 된다. IMF관리체제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출판 장르가 무너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학습지 시장만은 꾸준한 상승세. 물론 IMF 직후 잠깐 주춤했지만 지난해 9월 이후 회복세로 돌아섰다. 학습지 업체별로 1000∼4만명씩 회원수가 늘고 있다는 것》

학원비 등 특수사교육비 총규모 중 학습지 비율은 14.8%. 97년에 비해 2.4%가 증가했다. ‘학습지 매출액 순위가 출판사 매출액 순위와 똑같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 이는 저렴한 비용으로 실속있게 자녀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장점 때문.

학습지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단일과목 학습지는 과목당 월회비가 2만∼3만5000원선이다. 과외나 학원강의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이기 때문에 IMF시대 이후 경제적인 학습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회원 460명 넘어

또 학습지는 참고서와 달리 정기적으로 집에 배달되는 것이 특징. 구독대상은 미취학 아동이 가장 많고 초등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순. 교사가 일주일에 한두번 개별 방문해 현장지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1대1 수업’이 이뤄지므로 학교에서 못받은 개별지도를 받을 수 있어 호평받고 있다. 게다가 학령에 관계없이 학력수준에 따라 학습수준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 학부모가 참관할 수 있는 삼위일체 교육이 이뤄지기도 한다.

9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가 학습지 성수기. 성수기에는 아무리 불황이라도 회원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게 학습지 업계의 정설이다.

국내 학습지 업체들은 커질대로 커진 학습지 시장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식교육에 온갖 정성을 쏟는 학부모들의 교육열로 학습지 시장 쟁탈전은 식을 줄 모른다. 교육상품이 ‘백년대계 스테디 셀러’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대교 재능교육 공문교육연구원㈜ 웅진출판 등 기존 ‘빅4’의 수성과 ㈜영교 ㈜디아이미디어 ㈜금성출판사 등 ‘신예그룹’의 공세가 볼 만하다.

빅4의 주력상품은 유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단일과목 학습지. 전체 학습지 시장의 85% 가량을 차지한다. 영교 등 신진업체들이 국어 수학 영어 한글 등을 놓고 이들과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디아이미디어 금성출판사는 이들의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빅4-후발주자 격돌

단일학습지 시장의 선두주자는 눈높이 회원 202만명을 보유한 대교. 지난해 매출액 5400억원을 기록했다. 가정학습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눈높이 수학’은 단일학습지 가운데 가장 많은 93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업체 최초로 수리와 어문 분야 교사전문화를 이뤄 관심을 모았으며 단일제품 시장점유율 40∼50%를 차지하고 있다. 76년부터 학습지 사업을 시작한 대교는 선발업체의 지명도와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 차별화로 외형에서 단연 수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독창적인 ‘스스로 학습법’을 전면에 내세운 재능교육. 77년 창립 이후 ‘원리를 먼저 이해하라’는 표어로 논리적 교육시스템 개발에 주력해왔다. 학습지에 ‘진단’과 ‘처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학습자의 실력을 종합 점검한 뒤 능력별 출발점을 제시하고 이를 컴퓨터 진단평가시스템과 연계시켜 완전학습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체회원은 91만명. ‘스스로’ 시리즈의 성장률이 높아 올해 100만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식 창의력 사고력 학습교재 ‘생각하는 피자’ 시리즈로 회원규모를 늘릴 계획.

뒤를 이어 ‘구몬’ 시리즈로 68만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공문교육연구원과 ‘씽크빅’으로 돌풍을 일으킨 웅진출판(44만명)이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공문교육연구원은 90년 이후 ‘구몬’시리즈로 인기. 7000명의 교사와 68만여명의 회원을 이미 확보, 업계 3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성공비결은 1대1 교육. 정기적인 가정방문뿐만 아니라 회원이 원할 때마다 수시로 학습자를 찾아 현장에서 지도해준다. 올해 회원 목표는 80만명.

94년 출발한 웅진 ‘씽크빅’은 후발주자임에도 96년 회원 20만명을 모은데 이어 올해에는 회원을 50만명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44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과목-지도법 다양

단순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력 기억력을 증가시키는 ‘해마학습법’을 개발한 ㈜디아이미디어는 ‘해마영어’를 대표 상품으로 내놓았다.

교사를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영교도 독특한 내용을 자랑하며 학습지 시장의 파이를 넓혀가고 있다. 유아 초등학생 대상인 ‘영재두배로학습지’는 어린이의 좌우 뇌발달 시기에 맞춰 창의력 논리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종합학습지 시장은 대교(눈높이 초등, 꼬마, 컴박사) ㈜교원교육(빨간펜) 웅진출판(곰돌이, 점보웅진아이큐) 등 유아 초등학생을 포함한 업체와 중고교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학사(X―ray) ㈜교평(블랙박스) 등 20여개 업체가 총력전을 펴고 있다. 회비는 15만원에서 8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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