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경희]학교에서 어린이신문 보지 말라니…

  • 입력 2006년 6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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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달 말 어린이신문 구독과 관련한 지시 공문을 일선 초등학교에 내려 보냈다. 주요 내용은 학교에서 어린이신문을 구독하게 하지 말고, 특정 신문을 획일적으로 교육활동에 활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학부모들에게 어린이신문 구독을 권장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학교에서 신문대금도 대신 받지 못하도록 했다. 일선 학교에서 신문 구독 관련 학교발전기금을 받지 말라는 사항도 포함돼 있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의 어린이신문은 담임교사가 교육적 차원에서 검토해 필요할 경우 구독하고 있다. 이때도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학교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어린이신문이 교육적 차원에서 가진 가치를 인정해 활용하고 있는 많은 현장 교사들과의 충분한 사전 논의도 없이 갑자기 구독 금지 지시공문을 내려 보냈다. 이처럼 무조건 어린이신문 구독을 금지하는 것은 학교의 자율성과 교사의 학습권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학교에서 특정 어린이신문을 구독하게 하거나 교육활동에 의도적으로 활용하여 이로 인한 문제점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신문활용교육(NIE)은 193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교육방식이다. 그 효과에 대한 검증은 많은 교육학자에 의해서 이미 이루어졌다. 따라서 지금은 NIE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일선 교육현장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소의 불협화음이 우려된다면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할 일이지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고 악기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다.

NIE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들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급격하게 진행되는 정보화시대에 어린 학생들이 정보를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정확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분석 종합능력을 키우는 교재로 어린이신문은 활용가치가 크다. 신문에는 다양한 시각과 주장이 있어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적합한 교재다.

둘째, 학교에서 단체구독하면 따로 시간을 내서 지도받기 어려운 NIE를 학교 선생님을 통해 배우게 된다. 이는 향후 논술시험은 물론이고 문제중심학습(PBL)에도 크게 도움을 준다. 또한 단체구독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보고 있다.

셋째, 인터넷 게임에 익숙해 있는 학생들에게 활자매체와 친숙해지도록 지도하는 데 어린이신문만큼 좋은 교재는 없다. 자극적인 매체의 홍수 속에서 차분히 어린이신문을 읽고 그 속에서 지혜를 얻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늘 새로운 소식과 학생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어린이신문은 ‘훌륭한 교육자료’이다. 그래서 신문을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부르는 것이다.

넷째, 어린 학생들이 성인들이 보는 신문을 접하게 되면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인 신문에는 어린이에게 적절치 않은 내용도 있다. 교육은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자극과 흥미를 주고 있는 어린이신문은 바로 ‘눈높이 교육’을 지향하는 우리 교육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교육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리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해도 항상 부족하다. 교육은 소중한 우리들의 미래의 희망이자 보람인 학생들의 인생과 직접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무엇을 하지 말라는 지시 위주의 공문이 아니라 어떤 교육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건설적인 제안 위주의 공문이 많이 내려왔으면 한다. 그렇게 장학행정이 바뀌어야만 우리 교육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경희 한국초등교장회 교육정책위원 서울영림초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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