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철승/대통령,국회에서 뽑자

  • 입력 2002년 1월 23일 20시 42분


김대중 대통령은 14일 임기 마지막 신년 기자회견에서 “매일 터져 나오는 게이트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가 막힌 것은 그토록 심각한 우환 중에서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김정일의 체면을 세워주어야 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DJ 치하의 국론 분열과 국정 문란, 신뢰 실추는 역대 정권에 비할 정도가 아니다. 더구나 월드컵대회와 아시아경기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에 여당인 민주당은 벌써부터 선거바람을 일으켜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국민 참여 경선제’라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어설픈 제도로 선거 바람을 일으켜 국민을 혼동시키고 모든 악정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해보겠다는 중앙돌파식 전술을 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늦었지만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그 최선의 선택으로 책임정치, 돈 안 드는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국회의원 지방의원 자치단체장을 동시에 뽑고 국회에서 국민의 신뢰와 추앙을 받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제헌 이래 대통령병 환자들이 아홉 번이나 누더기 헌법을 만들어 대통령직선제를 시험해 보았지만 남은 것은 지역분열과 지역패권 경쟁, 정경유착과 정치자금의 성역화, 제왕적 대통령 무책임제의 싹쓸이 정치의 악순환밖에 없었다.

대통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청렴성, 능력과 경륜, 자기 희생의 선비정신을 겸비했던 해공(海公) 유석(維石)선생 같은 분들도 대통령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또 부산정치파동 때 이시영(李始榮) 김성수(金性洙) 부통령은 실정을 직소하며 사심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승만(李承晩) 윤보선(尹潽善)씨 등을 선출할 때 우리는 돈 한푼 안들이고 국회에서 뽑았다. 대통령 선거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자금도 낭비되지 않았고 심각한 지역분열도 일어나지 않았다.

의원 내각책임제는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고 1인 권력집중을 막으면서 책임정치를 명백하게 실천할 수 있는 제도로, 오늘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절대 다수의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다.

필자는 장면 민주당정권 10개월을 빼고 대통령 직선제는 모두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제왕적 대통령 무책임제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는 내각제로 바꿔 대통령을 국회에서 뽑아 국력소모를 막고, 국민통합의 일대 구심력을 회복할 용단이 필요할 때다.

민주투쟁으로 애써 쟁취한 내각제를 5·16 군사쿠데타로 송두리째 부수어 버린 김종필(金鍾泌)씨조차도 아이러니하게 다시 내각책임제를 주장하고 있다. 진심으로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것이라면 이를 수용 못할 이유도 없다.

당장 내각제 개헌이 어렵다면 다수 야당이 정책연합을 통해 총리 인준권과 불신임권 등 현행 헌법에 남아 있는 의원내각제 요소를 십분 활용함으로써 중립적 거국내각을 구성해 국가비상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철승(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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