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태교/서울 ‘월드컵 도시’ 맞습니까?

  • 입력 2001년 12월 12일 17시 40분


얼마 전 국제회의 참석차 일본 도쿄에서 조금 떨어진 시즈오카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의 도시관리 수준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다녀도 휴지 한 장 발견할 수 없었다. 도로는 굴곡 하나 없이 잘 포장되어 있고, 하수 맨홀이 도로 면보다 튀어나온 것을 보지 못했다. 도로 면에 그려진 각종 교통안내 글씨나 차선도 한결같이 똑바르고 잘못 그려진 것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다니는 보도의 블록은 얼음판처럼 평평하고 매끈했다. 고층건물에서 내려다본 건물들의 옥상에는 잔디가 깔려 있거나 녹색을 칠해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들의 도시관리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오늘 당장 월드컵 경기를 치러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준비태세였다. 시즈오카 시가 이 정도라면 다른 월드컵 경기 개최도시의 준비상황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그러면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우리나라의 형편은 어떠한가. 현재 양국의 준비태세를 비교 평가해 본다면 일본과 우리는 천당과 지옥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 서울의 경우를 보자. 도시 질서의 기본인 좌측통행의 관행이 행방불명된 지 오래다. 도로는 파이고 부서지고 맨홀이 도로 면보다 튀어나온 곳이 있는가 하면 도로에 채색한 차선과 글자는 엉성한 것이 너무나 많다. 왜 차선 하나도 제대로 똑바로 못 긋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신주나 가로등 같은 곳에는 온갖 불법 광고물들이 누더기처럼 붙어 있다. 불법 광고물에 관한 한 서울시내에서도 가장 한심한 곳은 서울의 중심인 중구일 것이다. 구청장은 과연 한 번이라도 관내 도로를 시찰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특히 서울시내 도로관리 상태를 보면 말이 아니다. 누더기가 된 도로, 요철이 생긴 보도블록, 거칠기 짝이 없는 마무리공사 현장을 보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상가의 도로 무단 점유, 보도 위를 불법 질주하는 오토바이. 도대체 사람이 안심하고 통행할 방법이 없다. 고층건물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건물 옥상 중에는 쓰레기 적치장처럼 흉물들로 뒤덮인 곳도 있다. 곳곳에 휴지가 나뒹굴어 지하철 환풍구와 하수구는 담배꽁초를 버리는 재떨이로 변한 지 오래다. 일본의 시즈오카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서울시장과 구청장들은 직무를 유기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도시관리 문제가 나오면 공직자들은 흔히 국민의 질서와 의식수준을 들먹인다. 시민의식 수준에 문제가 있다면 서울시민이 88서울올림픽을 어떻게 훌륭한 대회로 치를 수 있었겠는가. 오늘날 이 같은 무질서의 책임은 시정이나 구정을 책임진 공직자들에게 더 있다고 생각한다. 공직자들이 직무를 유기하는 데 원인이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과 구청장들이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처럼 솔선하고 지도단속하면서 강력한 질서운동을 전개한다면 수도 서울의 도시질서는 세계의 모범이 될 것이며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치를 것으로 확신한다.

이 태 교(기라정보통신회장·전 한성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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