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매거진]미국 NMD, 과연 '방어'를 위한 체제인가

  • 입력 2001년 2월 12일 11시 40분


미국은 왜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려 하는 것일까? 미국의 답변은 간단하다. 미국에 가해지고 있는 현실적인(혹은 잠재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탄도미사일 방어국(BMDO)'의 레스터 라일 국장은 국방부가 개발중인 NMD(National Missile Defense) 체제의 목적이 "일탈국가가 발사하는 소수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50개주를 모두 방어해내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리고 미국에 대한 이같은 위협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나라들로 북한, 이라크, 이란같은 나라들이 지목되곤 한다.

하지만 외부의 미사일위협을 명분으로 삼은 이같은 주장에 대한 미국 안팎의 시각은 매우 회의적이다. 한마디로 그같은 주장은 '넌센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자국에 대한 미사일위협을 가장 현실화시키고 있다고 지목하고 있는 북한만 보더라도 이미 1999년 미사일 실험을 중단했으며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변화된 기류가 한반도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려는 진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와 관련해 많은 진보적 학자들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구상이 근본적으로 외부적 위협에 대한 방어수단의 구축이라는 의미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기술적 우위를 십분 활용해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보강하고 강화하려는 노력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미사일 방어구상의 태생적 한계▼

애초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구상이 미국의 공격적 핵전략을 보완하고 강화시키기 위한 체제로서 사고되었다는 점은 미사일 방어구상의 태생적 맥락을 살펴보면 금방 드러난다.

미소간의 핵무기 경쟁이 격화되었던 1960년대, 현실적으로 가능해진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소련은 '상호확증파괴전략(Mutual Assured Destruction:MAD)'이라는 논리를 차용했었다.

이 논리는 상대방이 먼저 핵공격을 하면 자신도 보복 핵공격을 통해 상대방을 확실하게 파괴하겠다는 위협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의 선제 핵공격을 '억지'한다는 전략적 뜻을 가지고 있었다.

즉, 핵의 과도축적이 불러온 핵전쟁의 위기를 핵무기 폐기를 통해 극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전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회피하겠다는 말그대로 '미친(MAD)'논리를 차용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공포의 균형'과 '상호확증파괴'의 논리는 미국의 입장에선 불안하기 짝이 없는 논리였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핵공격 위협을 억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보복공격을 두려워하는 상대방의 이성적 판단'을 전제한 것인데, '만약 상대방이 비이성적으로 핵공격을 감행하게 된다면 이를 어떻게 방어할 수 있겠는가'라고 자문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1970년대에 이르러 이 군사적 딜레마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활발한 모색이 이어지게 되는데, 바로 이때 미사일방어 체제구축이라는 구상이 본격적으로 사고되게 된다.

하지만 70년대만 하더라도 여러 기술적 난제들과 국제정치적 요인들로 인해 이 미사일 방어구상은 본격적으로 추진되지는 못했었다.

그렇지만 80년대 들어서자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시발로 미소간에 2차 냉전이 전개되고, 이에따라 레이건 행정부가 군확노선을 강화시키게 되면서 이 미사일 방어구상이 미국 핵전략의 중심으로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NMD구상의 연원으로 여겨지고 있는 일명 스타워스 프로그램, 다시말해 전략방위구상(Strategy Defense Initiative, 이하 SDI)은 바로 이때 제출되었다.

▼공격적 핵무기주의와 SDI▼

1983년 3월23일 레이건 행정부가 제시한 SDI는 상대방 나라의 미사일 공격을 우주 공간에서 방어한다는 가히 환상적인 수준의 시나리오였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SDI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것이 과거 미국의 핵전략이었던 '대량보복에 의존하는 억지전략'을 넘어서는 것이며 미국의 핵전략을 공격적 핵무기주의로부터 '방어중심 노선'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정당화시켰다.

하지만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한 이같은 정당화는 당시 미국이 추구하고 있던 핵전략과는 서로 모순되는 것이었다.

즉, 미국은 억지보다는 방어에 역점을 둔다는 SDI로 자신의 핵전략을 완전히 전환한 것이 아니라 SDI추진과 동시에 소련에 대한 대군사전략 또한 강화시켜 나갔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기존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었던 미니트맨Ⅲ를 대체하는 MX미사일과 트라이던트Ⅱ의 개발을 추진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대소 전제 핵공격 능력은 과거에 비해 더욱 강화되어 나가는 실정이었다.

요컨대 80년대 SDI계획에는 애초에 미사일 방어구상이 사고되게 된 태생적 한계가 그대로 배어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선제 핵공격 능력의 강화라는 공격적 핵무기주의와 하나의 쌍을 이루며 그것을 다만 보완해주는 기제로 사고되었던 것에 불과했다.

▼미사일방어구상, 그 다음은?▼

현재 미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NMD, TMD(Theater Missile Defense)등은 그럼 어떻게 할까?

어볼리션 2000, 우주공간의 군사화에 반대하는 국제네트워크 등은 최근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 계획 또한 단순히 '방어'를 위한 '체제'만을 구축하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가 펴낸 비젼2020이라는 문건을 보면, 미국은 "과거에 해양력을 장악했던 국가가 세계를 제패한 것과 마찬가지로 21세기에는 우주 공간에서의 군사력을 장악한 국가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모든 갈등영역에 전쟁수행능력을 우주 군사력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즉,현재의 미사일 방어체제와 관련한 연구 및 기술개발이 우주공간의 군사기지화같은 새로운 군전력의 창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TMD의 고도방위시스템의 하나인 SBL(Space-Based Laser)은 그 자체로 우주 공간에서 작동되는 군사기지인 동시에 상대방 나라의 군사위성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많은 기술적 난제들 때문에 이같은 계획이 당장에는 현실화되지 않겠지만 중요한 점은 첨단군비경쟁을 통한 핵전력에의 우위를 향해 미국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며 현재의 미사일 방어체제구상이 그것의 가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글/평화인권연대 손상열

(이 글은 국제민주연대의 격월간지 '사람이 사람에게' 5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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