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캠페인]"기업 기부는 미래위한 투자"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36분


얼마 전 미국 부호들이 부시 정부의 상속세 폐지 방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소식은 한국사회에서는 차라리 충격이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 세계 최고의 부호 120명이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는 “부의 편중이 심해진다”는 것. 이들의 걱정은 상속세 폐지가 미국의 기부문화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란 점으로 이어졌다. 높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자선기부금을 많이 내던 미국 부자들의 전통이 깨진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도 90년대 들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경련이 99년 말 실시한 조사 결과는 기업기부활동의 상당 부분이 기업재단을 통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기업재단의 총사업비 규모는 95년 4115억원에서 99년 1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돈이 쓰인 곳은 문화시설 건립, 사회복지, 학술 및 교육 진흥 등이 중심이며 예술 및 스포츠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다.

전경련의 다른 조사에서도 147개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이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활동에 쓰고 있고 5% 이상 지출하는 기업도 30여개에 이르렀다. 종업원들의 자원봉사 등 인적교류를 통한 공헌활동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기업들도 엄청나게 기부를 한다. 기업 기부액이 국가 전체의 기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이 25%(98년 기준)인데 비해 한국은 60%나 된다. 개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액수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다. 왜일까.

이상민(李相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기업 자선은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고자 마지못해 하는 ‘준조세적 자선’이거나 기업 소유주의 과시적인 자선이 대부분이어서 자발성 지속성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기업인들이 공공성을 지닌 법인과 개인간의 관계를 혼돈, 개인 기부는 마다한 채 공익재단 설립을 통한 기업기부만을 선호하는 것도 기부문화의 정착을 막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점에서 전경련이 3월14일 발족할 예정인 ‘전경련 1% 클럽’은 다른 차원의 기부 방식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하는 기업들의 모임인 ‘1%클럽’에는 현재 현대아산 삼성 LG SK 포항제철 동아제약 한화 유한킴벌리 등 88개사가 가입을 신청했다.

이연구원은 기업의 사회공헌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기부나 사회공헌이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는 사회적 투자임을 인식하고 자선활동도 특화된 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등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에 주로 기부하는 빌 게이츠, 전 세계 민주화 투쟁에 기부하는 조지 소로스, 환경운동에 기부하는 테드 터너처럼 한국 기업들도 ‘기부〓투자’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기부가 제대로 이뤄질 인프라구축이 안 된 상태에서 기부를 권장하는 것은 구두선”이라고 지적하는 박헌준(朴憲俊)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 등 법제도도 미흡하지만 특히 문화적 인프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외국처럼 기부자의 이름을 딴 건물이나 장학금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는 한국적 문화 때문이란 지적이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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