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린사람들 5]우런바오 서기는 검소한 지도자

  • 입력 2002년 5월 5일 18시 45분



‘중국 9억 농민 중 제1인(中國9億農民第一人)’.

올 초 장수(江蘇)성에서 발행되는 발전도보(發展導報)가 우런바오(吳仁寶) 서기의 행적을 전면에 걸쳐 소개하며 단 제목이다. 가난한 농촌마을을 선진국 부럽지 않은 중국 최고 부촌으로 만든 공적에 대한 평가였다.

우 서기와의 면담은 마을 중심에 자리잡은 화시진타(華西金塔)호텔의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이 호텔은 우 서기가 직접 설계했다. 우 서기는 98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40여년간 서기로 지내시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죠. 문화대혁명 때 특히 힘들었어요. 여기 저기서 모두 투쟁, 투쟁하다 보니 편할 날이 없었지요.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어요. 그처럼 어려운 시기도 결국은 지나가더군요.”

-상부기관과 의견이 안 맞아 다툰 적은 없나요.

“종종 그랬죠. 공장을 만들 때 ‘자본주의 편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었죠. ‘당신네들은 그렇게 생각해라, 나는 내 길로 가겠다’고 말이죠.”

우 서기는 강단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96년에 화시진타호텔의 전신인 난위안호텔에서 가짜 간장이 발견됐다. 우 서기는 이 호텔 경영책임자로 있던 아들을 곧바로 당 위원회 비판에 회부해 3개월간 식당에서 그릇만 닦도록 엄벌에 처했다.

주변 사람들이 용서를 권했지만 ‘가족문제에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며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올 가을 중국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지도부 세대교체가 이뤄진다고 하는데 우 서기께서는….

“내년에 촌서기 선거가 있습니다. 나는 건강하며 사업에 욕심이 많습니다. 아직 머리도 맑고요. 주민들이 밀어주는 한….”

-화시촌의 향후 목표는….

“지난해 촌 산하 58개 기업에서 45억위안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60억위안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80억위안, 그 다음해에는 100억위안…그래서 2008년에는 200억위안을 달성할 것입니다.”

▼촌서기, 최하 행정단위 당위원회 선출▼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당 조직이 행정기관에 우선하며 행정기관을 이끌고 통제하고 있다. 중국 최말단 행정단위인 촌(村)에는 촌장이 촌 정부를 이끌며 행정을 맡고 있으나 사실상 배후에는 촌 당서기가 이끄는 ‘촌당위원회’가 촌 전체를 통제하고 있다.

촌보다 큰 행정단위인 향에서는 향장과 향서기, 현에서는 현장과 현서기 등과 같은 식으로 행정기구와 당 기구가 공존하는 이중구도로 돼 있다. 촌은 인구 1000∼2000명 규모이며, 당원은 그중 100명 정도다. 중국에서는 현재 촌장까지만 주민들의 직접선거를 허용하고 있으며, 촌서기는 당원들로 구성된 촌당위원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한다. 촌서기는 매 3년 임기로 선출되며 입후보자 없이 무기명으로 이름을 적어내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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