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의장은 7개월 전에도 3년 전과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마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것은 이번의 경기침체 양상이 3년 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은 지금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게 아니다. 단순히 자신감을 회복시킨다 해서 경제가 회복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나친 자신감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현재 경기침체를 주도하는 것은 기업들의 투자감소다. 기업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설비투자에 너무 많은 돈을 지출했고 이 때문에 과잉설비가 모두 소화될 때까지 추가지출에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FRB는 이 문제에 손을 쓸 수 없다. 설비투자는 금리 변화에 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말했듯이 구멍 난 타이어에 바람을 넣을 때 반드시 구멍 난 곳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더라도 아무 분야에서나 수요가 증가한다면 미국 경제는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할까. 우선 금리 변화에 대단히 민감한 주택 공급분야가 경제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997년에 비해 적자폭이 늘어난 미국의 무역수지가 반전된다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주택 분야 및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변수들과 FRB의 정책은 이상하게 단절되어 있다. 주택수요는 원래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올해 초 이후 단기금리는 6.5%에서 3.75%로 낮아졌지만 10년 기한의 대출에 대한 금리는 오히려 약간 높아졌다. 게다가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달러의 가치 역시 원래는 통화정책의 고삐가 느슨해지면 하락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상승했다.
여기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관리들의 무책임한 발언과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 그리고 투자자들의 지나친 낙관주의가 그것이다. 투자자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3년 전처럼 마법을 보여줄 것이라 믿고 장기채권의 구입을 꺼리며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경제가 과거의 영광을 곧 회복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환상은 진정한 경제회복을 방해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2001/08/14/opinion/14KRU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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