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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살아보니]"모르는 이웃과 새해기쁨 나눠요"

입력 2002-12-27 18:04업데이트 2009-09-17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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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살았고, 21번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서울에서 맞이했다. 이제 또 한번의 새해를 서울에서 맞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인들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닮아가는 나의 모습을 즐긴다. 한국의 공기를 마시고 서울의 부산스러운 분위기에서 오랜 시간 살다보니 이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에게 새해를 맞는 시기는 1년 중 가장 ‘우주적인 멜로디’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때다. 12월31일 지구촌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자정을 향한 ‘카운트다운’에서, 우리 내면의 시계가 1인치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연약하고도 깨지기 쉬운 행복을 향해.

새해 아침, 나는 가족과 직장동료 친구들 모두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기도하곤 한다. 동시에 수많은 무명의 이웃들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운이 덜 좋은 분들을 위해 미소와 기부를 나누겠다는 다짐이다. 준다는 것, 나눈다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다. 그러나 타인의 가난과 슬픔을 외면하거나 잊어버리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다.

한국에서 명절을 쇠면서 아쉬운 점은 한국인들이 이 축제의 기쁨을 자신과 가족이라는 좁은 틀 안에만 한정한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은 명절을 앞두고 엄청난 교통체증을 무릅쓰고 고향에 내려가고 차례를 지내며 자신과 가족의 새해 행운을 빈다. 그것은 마치 일종의 관행처럼 고착화됐고, 이에 따른 거대한 시장도 형성돼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묻고 싶다. 명절과 축제의 본래 의미는 어디로 간 것일까?

나는 한국인들이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지구촌의 시민이 되고, 타인들과 연대감을 갖기를 바란다. 지구촌의 시민이 되는 것, 이는 신년을 맞는 내가 스스로에게 바라는 바이자 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다. 신년을 맞는 기쁨을 범지구적으로 누려보자. 나 자신을 위한 소망은 각자의 생일에 기원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12월31일 자정에 차라리 밖으로 나가 모르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 쪽을 택하곤 한다. 거리를 걸으며 즉흥적으로 길가는 사람들과 악수하고, 거리를 다니는 ‘할머니’들과 포옹한다.

2002년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고달프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한 해였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매일 아침 무엇을 소망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고, 누추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는 있다.

나의 한국인 친구들이 모쪼록 행복하고 평화로운 2003년을 맞으시길, 정중히 기원한다. 사랑과 선의를 확산시키려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있다면 우리의 작은 지구는 우리 모두에게 더욱 포근한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피에르 코헨-아크나인▼

1958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MBA를 딴 뒤 1981년 한국에 와 18개월간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군 복무를 했다. 그 후 한국에 정착해 무역회사 ‘PCA’를 차려 쿠바산 시가와 의류 면세상품 기계 등을 취급하는 무역업에 종사해오고 있다. 한국인 부인과의 사이에 9, 10세 두 아들을 두었다.

피에르 코헨-아크나인 무역회사 PCA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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