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들, 산머루로 와인 만들기 체험… 관광객 年8만 몰려

손가인 기자 입력 2017-08-04 03:00수정 2017-08-0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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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농부 100만 시대 열자]<3> 6차 산업으로 진화한 농업
양찬식 원평팜스테이마을 대표는 강원 춘천시 사북면을 관광 명소로 만들었다. 연간 2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원평팜스테이마을에서는 마을에서 직접 기른 농산물을 이용해 김장하기, 된장 두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다. 춘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곳이 저희 농원의 보물창고입니다.”

지난달 말 찾은 경기 파주시의 ‘산머루농원’. 서충원 대표(37)가 ‘감악산 머루주 1979’라는 철제 푯말이 붙은 묵직한 철문을 열자 길이 73m의 동굴 속 와이너리가 나왔다. 농원에서 직접 만든 산머루 와인을 숙성시키는 ‘터널창고’였다. 이곳은 산머루 재배 체험장과 함께 서 대표가 공을 들인 곳. 이 덕분에 이곳은 일대의 관광 명소가 됐다. 서 대표는 “1979년부터 국내 최초로 야생 산머루를 재배했던 아버지의 사업 기반 위에 가공·유통, 서비스업을 결합해 지금의 산머루농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농산물 생산(1차)은 물론이고 작물을 활용한 제품 제조·가공(2차)에 이어 유통과 체험·숙박 서비스(3차)까지 연계한 ‘6차 산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미래형 농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6차 산업 경영자들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이야말로 농촌을 살리고 일자리도 만드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생산+가공+서비스 결합된 6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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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의 산머루농원에서 서충원 대표가 직접 만든 산머루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서 대표는 농원에서 재배한 산머루를 이용해 와인은 물론 산머루즙, 산머루잼 등을 가공 판매하고 관광객들을 위한 산머루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파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산머루농원은 농업이 6차 산업으로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산머루를 재배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서 대표는 2000년 한국농수산대를 1기로 졸업한 뒤 고향으로 돌아왔다. 서 대표는 “기존 방식에 머무르다가는 미래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농업의 기업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농장 옆에 관광객들이 와서 묵을 수 있는 캠핑장을 만들었다. 그 후 연간 300t가량 생산되는 머루로 와인, 잼 등 20여 가지의 가공식품을 방문객들이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장도 마련했다. 특히 2004년 만든 산머루 와인을 숙성시키는 국내 최초 와인 터널 덕에 산머루농원은 입소문을 탔고 유명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사람은 8만5000여 명. 이 중 외국인은 6만 명(70.6%)이나 된다. 서 대표가 경기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등과 함께 해외 여행사들을 찾아다니며 설명회를 열고 관계자를 초청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산머루농원의 평균 연매출은 20억 원에 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주시 인근 농가에서 재배되는 모든 산머루를 수매해 지역민과의 상생에도 노력하고 있다. 서 대표는 “인근에 다른 특색 있는 농업을 하는 농가가 많다”며 “이들을 6차 산업으로 연계해 지역 전체를 살릴 수 있는 하나의 큰 관광 브랜드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의 양찬식 원평팜스테이마을 대표(52)는 6차 산업화의 선두주자다. 그는 17년 전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한 6차 산업 얘기를 접한 뒤 평범한 농촌이던 사북면 원평리를 ‘6차 산업화 기지’로 만들기 위해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였다. 그 결과 현재 원평팜스테이마을은 ‘도시에서 즐길 수 없는 시골 체험’이란 테마를 앞세워 농산물 수확 체험부터 된장 두부 올챙이국수 만들기에 이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연간 2만 명가량의 관광객이 찾는 인기 관광지로 변모했다. 양 대표는 “마을 규모가 커져 가면서 도시 출신 직원도 10∼15명 고용했다. 그만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제대로 된 배경지식이 없어 비닐하우스로 얼기설기 시설을 갖춰 놓은 적도 있고, 방문객이 전혀 찾아오지 않은 때도 많았다. 양 대표는 “좋은 농산물 등 콘텐츠가 있어도 소비자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발맞추기 위해 지금도 6차 산업 교육을 꾸준히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 6차 산업 농가 평균매출액 10억 웃돌아

6차 산업은 기울어져 가던 전통농업을 살릴 묘수로도 통한다. 재배한 작물을 내다 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2차, 3차 산업 영역으로까지 저변을 넓히면서 농한기에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6차 산업 농가의 연평균 매출액은 매년 10% 이상씩 증가해 작년에는 10억3400만 원을 기록했다. 손태훈 농식품부 농촌산업과 주무관은 “농가의 매출 상승은 농촌 전반의 경제 활성화를 불러오고 이는 자연스레 귀농 인구 증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6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4년부터 관련 법률을 만들고 2015년부터 6차 산업 농가를 인증하고 있다. 작년까지 인증을 받은 농가는 총 1130곳. 특히 인증 기준에 사업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지역 주민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채상헌 연암대 친환경원예과 교수는 “체계화돼 있는 6차 산업은 기존 농업 기반이 없는 창농자에게도 접근하기 쉬운 분야”라며 “6차 산업은 다양한 차원의 산업이 결합한 만큼 여러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주·춘천=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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