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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고객님, 떠나지마오” 파격혜택 상품 속속 출시

입력 2015-08-11 03:00업데이트 2015-08-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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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시장, 돈이 움직인다]<4>은행, 계좌이동제 앞두고 무한경쟁 서울의 한 외식기업에 다니는 2년차 직장인 박모 씨(27)는 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10월이 오면 당장 주거래 은행을 바꿀 계획이다. 대학 시절부터 한 시중은행을 이용했지만 주거래 고객으로 받는 혜택이 타 은행만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이미 등록한 자동이체 때문에 주거래 은행을 바꿀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계좌이동제가 도입된다고 하니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며 “또 은행들이 이제 와서야 주거래 고객을 위한 혜택을 확대한다고 하니 그동안 대접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다”고 말했다.

주거래 은행을 옮기면서 기존 계좌에 등록된 자동이체를 한꺼번에 다른 계좌로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와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이 도입되면서 시중은행 고객들이 ‘대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자산시장의 대변혁기를 맞아 시중은행들도 고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으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 고객들을 지키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 “집토끼 지키고 산토끼 잡아라”

올해 4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서울에 거주하는 만 25∼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계좌이동제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근 3년 내 주거래 은행을 변경했거나 변경하고 싶었으나 못했다’는 응답자가 51.2%로 절반을 넘었다. 주거래 은행을 변경하지 못했던 이유로 33.5%가 ‘자동이체 항목을 직접 변경해야 해서’를 꼽았던 만큼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많은 고객이 주거래 은행을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주거래 고객의 이탈에 대비해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 계좌이동제에 특화된 패키지 상품인 ‘원(ONE)라이프 컬렉션’을 출시했다. 특히 수시입출금예금인 ‘KB국민ONE통장’은 공과금 이체나 카드 결제 실적이 1건만 있어도 3개 수수료(전자금융타행이체, KB자동화기기 시간외출금, 타행자동이체)를 무제한 면제해 준다.

업계에서는 연 1%대 초저금리로 비이자 수익 확대를 모색 중인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출혈을 감수하고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좌이동제를 대비해 앞서 상품을 내놓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보다 혜택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아직 관련 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등은 조만간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패키지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향후 은행들이 국민은행 따라잡기에 나설 경우 은행권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감면, 금리 인하 등의 금전적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시중은행 간 경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 고객 유치 효과는 기대 이하로 나타날 수 있다”며 “비용만 소요되는 치킨게임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ISA 도입 계획 발표 이후 시중은행들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고객 확보 전략을 세우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발표일인 6일 곧바로 협의체를 마련했고, IBK기업은행도 전담 부서를 지정했다.

○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

시중은행들은 자산가 고객을 잡기 위해 프라이빗뱅킹(PB)과 자산관리(WM)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계좌이동제 도입으로 고액 자산가들이 빠져나갈 경우 은행들은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최근 고객 자산관리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이달 신한은행은 ‘스마트WM센터’를 출범시켜 영업점을 방문하기 어려운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을 통해 개인별 전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전국 16개 영업점에 ‘신한PWM라운지’를 열고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 대상을 기존 3억 원 이상 예치 고객에서 1억 원 이상 3억 원 미만 준자산가 고객까지 확대했다. 국민은행도 올해 초 PB센터 자산관리 고객 기준을 5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춘 바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총예치금 5000만 원 이상 고객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씨티 프라이어리티’를 11월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이달 금융권 최초로 은행, 증권, 보험을 아우르는 금융복합점포를 열고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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