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영업본부 vs 개발자… ‘톰과 제리’일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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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산업부
서동일·산업부
 “우리 영업본부 모든 활동의 기본은 훌륭한 제품입니다. 상품 기획과 개발, 디자인 담당 직원들의 노력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LG전자 임직원 사이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메일의 일부입니다. 메일을 쓴 사람은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인 최상규 사장입니다. 수신인은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개발자 50여 명입니다. LG전자의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는 지난해 11월 판매를 시작해 3개월 만에 공기청정기 판매 1위를 기록 중입니다.

 흔한 감사 인사 같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이 메일은 조금 특별합니다.

 영업본부는 개발자들과 ‘톰과 제리’처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조직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품질은 곧 자존심입니다. 제품 단가가 다소 오르더라도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영업조직 입장은 반대입니다. 단가 상승은 영업에 가장 큰 부담입니다. 그래서 두 조직은 항상 대척점에 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마찰도 생깁니다.

 최 사장의 메일이 사내에서 ‘이례적 사건’으로 꼽히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톰이 어느 날 제리에게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두 번째 이유는 최 사장의 평소 모습과 너무 달라서입니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 곧 성과인 영업조직은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강합니다. 조직을 이끄는 최 사장도 LG전자 내부에서는 대표적인 ‘카리스마형 리더’로 꼽힙니다. 목표가 정해지면 ‘안 되는 일은 없다’며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입니다. 매일같이 제품 관리지표를 받아보면서 영업직원들에게 채찍을 가한다고 합니다. 이번 메일이 알려지자 ‘그 무서운 최상규 사장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한 임직원들이 다수였다고 합니다.

 최 사장은 메일에 “아름다운 디자인과 차별화된 성능 덕분에 우리 영업본부 내부적으로 이 제품이라면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겠다는 확실한 자신감으로 가득하다”고 적었습니다.

 회사가 좋은 성과를 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팀워크’입니다. 최 사장은 한 통의 메일을 통해 팀워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려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LG전자 다른 사업부는 물론이고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서도 이런 메일이 수시로 오고가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서동일·산업부 dong@donga.com
#영업본부#최상규#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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