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맨해튼과 서울, 닮은 점이 있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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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미 1930년대에 교통체증이 일어났을 만큼 세계에서 자동차의 보급이 가장 앞섰습니다. 그만큼 자동차 문화도 발달해서 미국인들의 평균적인 교통질서는 꽤 높은 편입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자동차와 관련된 폭력적인 장면과 자동차 추격전 등이 많아서 오해를 받는 부분도 있지만 미국의 교통질서는 전반적으로 건전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예외가 한 곳 있습니다. 바로 세계 경제의 ‘수도’로 불리는 뉴욕 맨해튼입니다. 미국의 동부와 서부 중부에 걸쳐 10여 개 주의 어지간한 대도시를 모두 다녀봤지만 맨해튼은 그중에 유일하게 무질서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른 곳에서 봐왔던 교통질서는 어디로 갔는지 방향지시등을 켜도 쉽게 양보를 해주지 않고 무단횡단, 짜증스러운 운전자들의 경적소리, 옐로캡(뉴욕 택시)들의 난폭한 운전에다 도로의 포장상태까지 최악입니다. 운전을 제법 하는 편인 기자도 맨해튼에 들어갈 때면 항상 긴장하게 됩니다.

맨해튼이 그렇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서울처럼 인구와 차량의 밀도가 극도로 높고 경쟁이 심한 사회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교통체증이 발생하니 운전자들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고, 미국 어느 지역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사는 곳이어서 기본적으로 마음의 여유도 없는 편입니다.

결국 교통질서라는 것도 환경적인 영향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동차 선진국과 한국의 교통질서를 비교하다 보면 열등감을 갖기 쉬운데, 사실 선진국의 도시들도 한국의 수도권처럼 교통체증이 심하다면 높은 수준의 질서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겁니다. 반대로 말해 한국의 국토가 넓고 자원도 풍부해서 극심한 경쟁을 펼쳐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면 교통질서가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겠죠.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람들은 안 돼’라는 자조적인 말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환경적인 요인을 핑계로 교통질서를 포함한 자동차 문화를 포기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상황이 불리한 만큼 더 노력해야겠죠. 미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교통질서를 비롯한 전반적인 질서에 대한 교육이 엄격한 편입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사회를 불안정하게 하고 결국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은 다인종 국가여서 사회가 심각한 갈등이나 무질서에 빠지기 쉽게 때문에 강도 높은 질서 교육과 강력한 공권력이 존재합니다. 미국의 교통질서가 단지 풍요로운 환경 때문에 저절로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미국 노스헤이븐에서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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