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에너지행정 통합 필요하다

  • 입력 2004년 7월 6일 0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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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에너지산업은 급격한 환경변화를 맞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감소 압력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전망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단계적 감축을 의무화한 이 협약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10위권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인 우리나라도 의무부담 압력을 받을 게 분명하다.

국내에서는 유가상승과 원자재 파동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너지 소비에 따른 대기오염, 원자력 발전과 원전폐기물센터 건설을 둘러싼 갈등, 에너지산업구조 재편과정에서 나타나는 이해집단간 충돌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또 세계 각국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도 직시해야 한다. 아직은 석유 석탄 등 화석에너지가 세계 에너지시장의 주류지만 태양열 풍력 등 자연자원을 이용하는 신·재생에너지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기술혁신에 따라 점차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어 장차 화석에너지를 상당부분 대체할 것이고,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새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이처럼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시장의 자율기능 확대와 별개로 정부 역할이 지속돼야 한다. 시장이 담당할 수 없는 에너지안보 과제는 여전히 정부의 몫이며, 에너지 기술기반이 취약한 우리 여건에서 이 부문의 기술혁신도 정부가 선도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아울러 세계 각지의 매장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자원외교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에너지 행정조직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현재 우리 에너지 행정조직은 산업자원부 내의 자원정책실 하나로 관리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에너지 현안 과제들을 기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최적의 조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과거 에너지 행정은 동력자원부가 담당했으나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산업행정에 통합됐다. 그 뒤 에너지 부문의 영역과 업무는 대폭 확대되고 있으나 정부의 에너지관련 조직은 축소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또 우려스럽게도 일부 에너지정책들이 산자부와 별도로 기획되는 경향이 있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원자력 발전과 에너지 수요관리 등의 방안을, 동북아시대위원회는 동북아에서의 에너지 공급 사안을, 기후변화협약대책위원회는 이 협약에 대응한 에너지정책들을 각각 조정하고 있다.

최근 산자부는 에너지정책에 관련된 부처간에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민간부문과의 협력을 더욱 긴밀히 하기 위해 에너지기본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법이 만들어져도 산자부 내 에너지 행정관리의 조직과 인력의 한계로 다양한 의견의 조율과 일관성 있는 에너지행정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

21세기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효율적 활용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정부 내에 에너지정책을 종합 기획하고 관리하는 부 단위의 독립적 행정부서 신설이 요구된다. 그것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산자부 내 에너지담당 차관제의 도입도 그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10년, 100년을 내다보고 에너지 행정체계를 재정비하는 밑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다.

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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