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김광현/김안제 교수의 66년 이력史

  • 입력 2004년 5월 23일 18시 06분


코멘트
21일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민간측 위원장에 김안제(金安濟) 서울대 명예교수가 임명됐습니다. 이분은 화려한 경력 외에 아주 특이한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록의 왕(王)’입니다. 이분은 최근 자신이 기록한 것을 2122쪽 분량의 책으로 펴냈습니다. 이름 하여 ‘인생이력사, 66년간의 기록’입니다. 비매품으로 몇백권 만 찍었는데 이것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입니다. 영어로 번역해서 기네스북에 올리면 틀림없이 채택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초등학생 시절인 13세 때부터 읽은 책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기록항목이 무려 351가지로 늘었습니다. 자연, 역사, 가정, 학문, 생활, 재정 등이 큰 분류이고 이를 다시 세분한 것이 그만큼입니다.

내용을 잠시 보겠습니다. 김 위원장이 매일 걸은 걸음을 보행기로 체크해 기록한 결과 2002년 1월에는 모두 18만5118걸음을 걸었답니다. 또 그해 담배는 486갑을 피웠고, 그동안 피운 담배를 모두 합하면 정확히 1만8056갑 5개피라는군요. 2002년에 소주는 52병, 민속주 2병, 맥주 15병, 양주 30병을 마셨답니다.

골프기록도 있습니다. ‘999번째 2001년 5월 24일 목 7시30분, 맑음, 뉴서울, 참석자 10명, 스폰서는 ○○○(실명), 동행자는 ×××, △△△(모두 나열), 18홀, 92타점, 풍수회’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밖에 자신이 그동안 읽은 책, 들은 노래, 관람한 영화가 날짜별로 기록돼 있습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최초 발생일에 관한 것입니다. 처음 만화책을 본 날, 바나나를 먹어본 날에서부터 구두를 신어본 날, 노래방에서 만점을 기록한 날도 있습니다. 1999년 1월 17일 노래방 만점 기록을 세우셨군요.

제자인 건설산업연구원의 백성준 박사는 김 위원장에 대해 “기록습관만 보면 너무 꼼꼼해 접근하기 힘들 것 같지만 아주 편하신 분”이라고 말합니다.

김광현 경제부기자 kk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