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정재윤/암울한 한국 대학생들의 경쟁력

  • 입력 2004년 4월 11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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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로레알코리아가 마케팅 인재를 찾기 위해 매년 여는 ‘로레알 마케팅 어워드’ 행사를 참관했습니다.

올해 과제는 남성화장품 브랜드 ‘비오템 옴므’의 브랜드 매니저가 돼 시장 조사를 하고 제품을 디자인한 뒤 마케팅과 광고까지의 전 과정을 겨루는 것. 화려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이용해 유창한 영어로 자신만만하게 발표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무척 발랄하고 신선했습니다.

한국 결선에서 우승한 ‘사이먼 새즈’ 팀은 명함 크기의 화장품과 만년필 모양의 피부케어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이날 심사를 맡은 파스벤더 로레알코리아 사장은 “대학생들이 첨단 기술을 동원해 발표하는 것을 보고 한국이 정보기술(IT)강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하더군요.

로레알은 전 세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e-스트랫 챌린지’라는 대회도 열고 있습니다. 가상공간의 화장품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돼 5주간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회사를 경영하는 게임입니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1만개 팀, 3만명이 참가했고 한국 대학생들도 208개 팀이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형편없었습니다. 동북아 예선을 통과한 170개 팀 중 한국팀은 단 3개에 불과했습니다. 영어는 물론 전공지식과 응용능력이 모두 부족했다는군요.

강자는 역시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은 1158개 팀이 신청해 133개 팀이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중국 팀은 그 뒤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고 전 세계에서 7개 팀을 뽑은 MBA부문과 학부부문에서도 동북아 대표로 뽑혀 5월 파리에서 열리는 최종 본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3개 팀은 모두 탈락했습니다.

비단 경영학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 대학생들은 전공을 불문하고 토익, 고시, 취업공부 등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을 높여주는 진짜 공부는 어떤 것일까요.

여전히 만만하게 여겼던 중국의 대학생들은 이미 우리를 앞지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대학생들도 세계로 눈을 돌리고 좀 더 분발해야 할 듯 싶습니다.

정재윤 경제부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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