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서울시장’ 최대자산… 구의역사고 대응, 리더십 시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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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시동거는 주자들]<10>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5월 27일 서울 중구 덕수궁길에서 열린 ‘걷기 좋은 서울 만들기’ 행사에 참석해 운동화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는 ‘걷기 마일리지’를 통해 라오스 어린이들에게 운동화를 기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5월 27일 서울 중구 덕수궁길에서 열린 ‘걷기 좋은 서울 만들기’ 행사에 참석해 운동화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는 ‘걷기 마일리지’를 통해 라오스 어린이들에게 운동화를 기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15분 후에 보고가 이어집니다. 면담 시간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20일 오후 서울시청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에는 보고와 면담을 기다리는 공무원과 외부 인사들로 북적였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현장에 답이 있다”는 원칙을 세우고 하루 10개 이상의 일정을 소화하고, 10분 간격으로 각종 보고를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19세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지하철 구의역 사고 이후 박 시장의 일정은 더욱 빡빡해졌다. 대권 행보도 주춤해졌다. 구의역 사고에 대한 대응이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박 시장은 수세에 몰리고 있다. 시기와 장소만 다를 뿐 스크린도어 참사가 3차례나 이어진 데다 박 시장이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나서야 현장을 찾은 데 대한 비판 여론도 거셌다. 박 시장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서울시가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서울의 모델을 얘기하게 될 것”이라며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정치권에선 박 시장이 이번 사고에 대한 초기 대응은 미흡했지만 이후 어떻게 수습해 나가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구의역 사고는 청년, 비정규직, 안전 등 지금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고스란히 포함하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라며 “박 시장이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고, 올바른 해법을 제시한다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안전 분야 업무의 외주 금지 등의 대책을 마련했고 앞으로도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늘 사람이 중심이 되는 행정을 해왔고 그런 것들을 서울시민들이 평가하고 있으며, 또 시대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선 “서울시가 우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서울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며 “서울시장이라는 정치적 위상이 큰 역할과 임무를 시민들이 두 번이나 맡겨줬다”고 했다. 서울시민의 평가와 선택이 대한민국의 선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정치 환경은 녹록지 않다. 원내 교두보를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박 시장의 측근 중 당선된 인사는 기 의원과 권미혁 의원뿐이다. 당내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나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에 비해 세(勢)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스스로 시장 임기를 채우겠다고 공언한 것도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시장은 “좋아하는 말이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동시에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물은 민심을 뜻함)”라고 했다. 그는 “2011년 서울시장에 처음 당선될 때 아무런 세력도 없는 무소속 후보였지만 경선에서 제1야당 후보를 이겼고, 본선에서는 집권여당 후보를 꺾었다”며 “아무리 작은 돛단배라도 순풍을 만나면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나 안 대표에 대해 “여론이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된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사람을 보려면 그 사람의 과거를 보면 된다”고만 했다. 그는 “삶으로 증거 되지 않은 것은 의미가 없다. 누구나 말은 할 수 있다. ‘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했다’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선 서울시장으로서 행정경험이 없는 문 전 대표와 안 대표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그는 돛단배를 이끌 순풍은 결국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이어 “경제적 불평등에서 오는 심각한 차별과 격차 해소, 식어버린 경제성장의 동력을 어떻게 되살려서 민생을 해결하고 새로운 사회로 전진하느냐의 문제”라고 시대정신을 규정했다. 그는 “결국 해법은 소통 혁신 상생”이라며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비전으로 뭘 이뤘는지를 가지고 시민과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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