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밀 노려 의도적 접근?

  • 입력 2006년 11월 2일 02시 56분


코멘트
산자부 국감서도 장 씨 논란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오른쪽)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일심회’ 총책 장민호 씨의 산자부 산하 기관 근무 경력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자부 국감서도 장 씨 논란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오른쪽)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일심회’ 총책 장민호 씨의 산자부 산하 기관 근무 경력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안 당국이 ‘일심회’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장민호(44·구속) 씨의 메모에 적혀 있던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P 씨는 대학 동기동창 사이다.

그런 점에서 장 씨의 메모에 P 씨의 이름이 등장한 것은 일단 자연스러워 보인다. 장 씨는 1993년 한국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으면서 P 씨 외에도 현직 기자, 공무원, 대학교수 등 대학 동창들과 인간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메모에 적힌 6명 중 최기영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이 일심회 조직원이라는 혐의로 구속됐다는 점에서 P 씨도 장 씨의 포섭 대상으로 공안 당국이 의심하고 있다는 것.

장 씨와 P 씨는 81학번 대학 과동기로 같은 문학서클에서 활동했다. 장 씨는 1982년 10월 갑자기 미국으로 떠나게 됐고 P 씨 등은 환송회를 열어 줬다고 한다. 연락이 끊어졌던 장 씨는 1993년 귀국한 뒤 간혹 P 씨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P 씨는 당시 국민회의 K 의원의 보좌관을 지낼 때였다. K 전 의원은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의 친형으로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당시 김 원장은 검찰 간부로 재직 중이었다.

이때 김 원장은 K 전 의원의 보좌진에게 “수고한다”며 몇 차례 밥을 산 적이 있고 P 씨도 김 원장과 안면을 텄다.

이후 P 씨는 A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A 전 의원은 중앙정보부에 근무한 적이 있으며 1996∼98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런 점에서 P 씨가 의식하지 못했더라도 장 씨는 P 씨를 장래의 포섭 대상으로 상정해 놓고 접근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P 씨는 대학 동기였던 장 씨를 역량 있는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최고경영자(CEO)라고 믿었고 지난해 북한에서 석재를 채취하는 사업을 시작한 뒤에는 장 씨에게 회계나 회사 경영 등과 관련된 자문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P 씨는 “대학 과 동기라 가끔씩 만나서 집안 얘기도 하고, 정치 얘기도 하고, 나라 걱정도 하는 정도였다”고 장 씨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특별히 ‘포섭 시도’로 볼 만한 얘기는 없었고 오히려 P 씨는 “친구에게서 사업상 조언을 받은 게 문제가 된다면 어쩌겠느냐”고 했다.

장 씨가 P 씨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한 것은 체포되기 나흘 전인 지난달 22일.

장 씨는 “경찰이 이번에 불법 외국인 강사를 대대적으로 단속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 P 씨는 “외국어 강사인 부인이 불법 외국인 강사 때문에 피해를 봤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며 “이런 사람이 간첩이라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장씨, 고교-대학인맥 통해 386정치인 접촉

‘일심회’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장민호(44·구속) 씨는 주로 고교·대학 인맥을 활용해 인적 관계를 확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 S대 국문학과 81학번인 장 씨는 미국에서 입국한 직후인 1999년 같은 대학 출신 국회의원 보좌관 및 비서관 모임에 찾아갔다. 당시 이 모임에 참석했던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어떻게 찾아왔는지 모르지만, 장 씨가 나타나 인사를 했다”며 “이후 몇 명은 장 씨와 안면을 트고 지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 씨는 이 모임에서 알게 된 국회의원 보좌관 S 씨를 통해 정보기술(IT) 분야의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S 씨는 89학번으로 장 씨의 대학 8년 후배.

역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장 씨의 대학동기 P 씨와는 다른 인물이다.

S 씨는 “당시는 대학 동문 모임이 활성화되던 시기”라며 “내가 IT 관련 석사 학위 논문을 쓰고 있을 때라 대학 선배로 (그 분야에) 전문가인 장 씨를 종종 만났다”고 말했다.

장 씨는 S 씨를 통해 IT 기업을 운영하던 신모 씨를 만났고, 신 씨는 사업가인 A 씨에게 장 씨를 IT 전문가로 소개했다. A 씨는 78학번으로 장 씨의 대학 3년 선배. 장 씨는 A 씨가 대주주로 있던 스카이겜TV(이후 KDC미디어, JBS 미디어로 회사 이름이 바뀜)에서 2년여간 전문경영인으로 일했다.

스카이겜TV 설립에 참여했던 B 씨는 “나와 A 씨, 장 씨, 신 씨 등 모두 4명이 각각 25%의 지분을 투자해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으나 A 씨가 장 씨가 내야 할 출자금 중 상당액을 대신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S대 동문회 성격인 ‘OO체육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체육회에는 이 대학 출신의 386 정치인이 다수 참여하고 있어 장 씨가 A 씨를 통해 이들과도 꾸준히 교류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외활동이 많지 않았던 장 씨가 유일하게 자주 찾은 곳이 대학 동문 모임이었다는 게 장 씨 주변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에 대해 A 씨는 “장 씨의 경력이 화려해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것뿐”이라며 “사업상 일 말고는 개인적으로 술 한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장 씨가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야 386 인사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잘 알고 지낸다고 말해 ‘친분을 과시하는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일심회’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손정목(42·구속) 씨는 장 씨의 Y고 2년 후배이며, 이정훈(43·구속)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을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진 B전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 역시 장 씨의 고교 2년 후배다. 그러나 B씨는 “이 씨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