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뉴 트렌드 明暗]女人天下…각당서 러브콜 ‘好好’

  • 입력 2004년 1월 2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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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13일 오후 MBC 앵커 출신 박영선씨가 열린우리당사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갖는 장면을 TV 뉴스로 보며 쓴 소주를 들이켰다.

박씨의 영입을 위해 집에까지 찾아가 입당을 권유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게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측이 박씨를 영입하기 위해 들인 노력도 눈물겨운 것이었다.

박씨의 MBC 선배인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그의 영입을 위해 절친한 친구인 박씨의 남편 L변호사를 집요하게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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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은 수차례 박씨 집을 찾아가 “내가 둘을 중매해 주었는데 양복은 못해 주더라도 보답은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채근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도 여성단체 지도자 S씨의 영입을 위해 수차례 방문해 설득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S씨는 민주당으로부터도 구애공세를 받고 있으나 아직 어느 쪽에도 시원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 중진인 김상현(金相賢)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얼마 전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때마침 출연한 모 연구소 여성 연구위원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접한 뒤 서로 마주보며 “당장 대변인으로 데려오자”고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즉시 접촉에 나섰으나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각 당이 비례대표 의석의 50%를 여성에 할당하겠다는 약속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이처럼 여성 후보자들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부패 이미지로 얼룩진 남성 중심의 정치판을 대신할 참신한 간판의 필요성도 이런 분위기를 한층 달구고 있다.

하지만 유력여성들에 대한 각 당의 구애 열기는 ‘일시적 수요(需要) 초과’에 의한 거품현상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부분 여성들이 정작 ‘험난한’ 지역구 출마를 기피하는 것도 그 단적인 예다.

1차 공천 신청을 마감한 한나라당의 경우 27명의 여성만이 지역구 공천을 신청해 전체 후보자의 3.7%에 머물렀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도 지역구 공천신청을 한 여성은 전체의 각각 4.5%(19명), 2.5%(13명)에 그쳤다.

여성단체 대표급 인사들이 최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제기한 여성의 지역구 30% 공천 요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여성 의원은 “각 당 지도부가 경쟁력을 갖춘 ‘준비된 여성정치 지도자’보다는 장식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구잡이식 영입에 몰두하는 바람에 후궁도 못되는 상궁 무수리만 정치판에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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