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자꾸 불어나는 '안기부 리스트'

  • 입력 2001년 1월 16일 19시 07분


“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후보였던 사람은 모두가 해당될 것이다.”

15대 총선 당시 여권의 고위직에 있던 한 인사는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과 관련, 16일 이렇게 말했다. 현재까지 문제의 돈을 받은 것으로 검찰에 파악된 187명 외에 당시 253개 지역구 출마자 거의 모두가 이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당초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던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과 민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의 자금 수수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자금 수수 사실이 추가로 확인된 인사들의 경우 리스트를 흘린 관계 기관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고의로 리스트에서 빠뜨렸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해 왔으나, 구여권 인사들은 추가로 확인된 인사들의 경우 자금 관리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달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총선 당시 신한국당 정책위의장이었던 김대행은 2억원 상당의 수표를 의장실 부장이었던 안상정(安相政·현 한나라당 자료분석실부장)씨 명의를 이용해 현금으로 환전토록 함으로써 검찰의 1차 계좌추적 결과에 걸리지 않았다.

역시 2억∼3억원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히고 나선 김대표 역시 본인이나 측근 명의 계좌에 이를 넣지 않고 곧바로 선거관계자들을 통해 분배하고 쓰게 했다는 것.

경험이 적은 초재선 의원들은 상당수가 본인이나 가족 명의 통장에 안기부 자금을 넣었다가 줄줄이 검찰의 계좌 추적에 걸려든 것과 달리, 구여권에서 오랫동안 정치자금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중진들은 웬만해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특별히 안기부 돈임을 알고 뒤탈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돈세탁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대표는 “당대표라는 사람이 사무총장이 주는 돈을 어디서 생긴 것인지 묻고 받을 필요가 있느냐”며 사전 인지 의혹을 일축한 뒤 “돈을 쓴 방법에 따라 아직 추적되지 않은 다른 인사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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