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정치상식]「각하(閣下)」, 중국 고관에 쓰던 말

  • 입력 1998년 1월 7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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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閣下)’라는 존칭은 ‘사물기원(事物起源)’이라는 중국 고전에 나오는 말이다. 이 고전에 따르면 천자에게는 폐하(陛下), 임금에게는 전하(殿下), 장군에게는 휘하(麾下), 높은 벼슬아치에게는 각하, 부모에게는 슬하(膝下), 그리고 다정한 친지에게는 족하(足下)라는 존칭을 쓴다고 했다. 존대 대상이 살고 있는 건물이나 발 아래에서 우러러본다는 뜻. 예를 들면 천자가 집무하는 용상으로 오르는 돌계단을 폐(陛)라고 했는데 돌계단 아래라는 뜻인 ‘폐하’는 천자, 곧 황제에게만 쓰는 존칭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2차대전 종전 때까지 일왕(日王)이 직접 임명하는 문관과 육군소장 이상의 무관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썼다. 그러나 종전 후에는 총리나 각료에게만 공식문서에서 이 존칭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승만(李承晩)정권 때부터 대통령을 각하라고 불렀다. 뿐만 아니라 ‘각하’라는 호칭이 인플레되면서 총리와 사단장급 이상 장성들까지도 각하라고 불렀다. 박정희(朴正熙)정권 이후엔 대통령만 각하로 불렀다. 87년 대선직후 노태우(盧泰愚)대통령당선자는 “각하라는 호칭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도 6일 “각하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차기대통령측은 대신 ‘대통령님’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오래 부르다보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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