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박찬종]『「대의원 혁명」지켜보라』

  • 입력 1997년 6월 29일 20시 21분


[대담=김차웅 부국장대우 정치부장] ―李會昌(이회창)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하면 경선공정성시비도 종식되는가. 『아니다. 이대표는 이미 순리대로 사퇴할 시기를 놓쳤다. 이대표는 「대표프리미엄」을 너무 많이 불공정하게 축적해놓아 이제 사퇴하는 정도로 공정성시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대표의 불공정경선행위를 거론하면서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고 경선불참까지 시사한 적이 있는데….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6인주자 대리인 모임에서 논의된 문제다. 나는 내 대리인에게 재량권을 가지고 다수의견에 따르도록 지시했다』 ―그런 논의가 어느 정도까지 진척됐나. 『전당대회를 연기하는 문제와 집단경선불참 문제는 아직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나 대리인 모임에서 꽤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나는 「6분의 1」로 행동할 생각이다』 ―6인주자가 합의한다면 경선불참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경선의 불공정성이 심화돼 이런 상태로 이대표가 후보가 된다고 해도 정권재창출은 안된다. 6인주자의 집단의사로 경선불참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경선이 불공정하게 치러질 경우 신한국당이 야당으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경고한 것은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인가. 『신한국당의 대선후보가 불공정하게 선출되면 신선감을 상실할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와 金鍾泌(김종필)자민련총재가 연대했을 때 과연 이길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고문이 「탈당1순위」로 꼽히고 있는데…. 『당내 일부인사들과 야당의 모해성(謀害性)발상이다』 ―이대표의 무엇이 그렇게 불공정한가. 『「대표〓대선후보」라는 인식으로 4개월째 당을 끌어왔다. 원내외위원장들이 그 위세에 눌려 상당부분 복속해버린 감이 있다. 당내에 명백히 세몰이 기류가 있다. 이대표는 대표취임 후 오로지 모든 인적자원과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대세론을 설파하는 일만 한 것 같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박고문은 대중적 지지도는 높으나 당내기반은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괴리를 메울 자신이 있는가. 『작년에 입당한 뒤 나는 원외에 머물면서 경선분위기 조기과열 방지를 위해 지구당위원장들이나 대의원들과 거의 접촉을 하지 않았다. 내가 주장하고 있는 「대의원주권론」이 얼마나 먹혀들지 모르겠으나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전당대회 당일까지도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하는 대의원들이 많을 것이다. 「공정」 「민주」 「자유」경선을 표방해놓고 지구당위원장들을 통한 대의원상대 세몰이는 반당원적 반국민적 행동이다』 ―정말 「대의원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상기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꼭 그렇게 돼야 한다.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當爲)의 문제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정권재창출에 실패할 것이다. 고정표 8백만표를 꽉 쥐고 있는 김대중총재를 꺾으려면 천심(天心)이 움직여야 하는데 구태(舊態)에 젖어서는 천심이 움직일 수 없다』 ―金光一(김광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갑자기 대통령정치특보로 임명된 배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아는 한 「김심(金心·김영삼대통령의 의중)」은 끝까지 「무심(無心)」이다』(이 대목에서 박고문은 말을 무척 아꼈다) ―누가 본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는가. 『당내 경선주자 7명 모두 자질은 갖췄으나 아무나 본선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수도권에 탄탄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고 영남권을 아우를 수 있는 내가 본선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지역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지역주의로 몰아쳐서는 안된다. 정치는 현실인데 선거를 하지 말란 말인가』 ―범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가 박고문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결과에 승복할 것인가. 『(정발협이) 지구당위원장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각서를 받는 식이라면 따르기 어려우나 협의와 계약에 의해 후보단일화가 된다면 따르겠다』 ―각 여론조사에서 이인제지사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이인제돌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들의 기존정치에 대한 염증이 그렇게 나타났다고 분석하고 있다.(이지사는) 세차례 TV토론에서 젊고 파릇파릇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리고 이지사는 다른 경선주자들에 비해 「잔매」를 덜 맞은 덕도 봤다』 ―「이인제돌풍」으로 상대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이 박고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나하고 이대표가 가장 많은 피해를 봤다. 그러나 앞으로 검증을 더 받아봐야 한다』 ―권력분산론에 대한 견해는…. 『원칙에는 찬성하나 누구는 후보가 되고 누구는 대표나 총리가 되는 것을 약속하는 자리나눠먹기식 야합은 반민주적 반국민적 발상이다』 ―전당대회 1차투표에서 과반수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 직전 경선후보간 연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대의원수가 훨씬 적고 계보정치가 철저했던 과거 야당에서나 가능했던 일이다. 이번 경선에선 어렵다고 본다』 ―92년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입장은…. 『나는 신한국당 입당시 김대통령에게 백번이고 천번이고 국민에게 머리 숙이는 게 치자(治者)의 도리라고 건의했다. 나는 후보로 선출되면 국민에게 공약으로 제시할 해법을 가지고 있다』(박고문은 「해법」에 대한 설명은 굳이 하지 않았다)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시기는 언제가 적절한가.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국민적 결단을 요하는 문제로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12.18대선」이 계기가 될 것이다』 ―차기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경선은 물론 본선까지 투명하고 깨끗하게 당선되는 것이 첫째다. 불공정시비에 말리게 되면 도덕적 기반이 흔들려 임기중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는 현정부가 준 부정적인 교훈이기도 하다. 21세기로 가는 가교를 놓아야 할 대통령이므로 무한경쟁시대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지식만으로는 안되나 지식이 없어서도 안된다』 ―박고문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4반세기 동안 정치현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경제학도 출신의 법률가로서 경제마인드와 법률마인드를 공유하고 있다. 50대 중반으로 세대간 완충역을 할 수 있는데도 적격이다. 해방후 학교에 들어간 「한글세대 1기생」이자 우리 사회의 초석을 다진 「일벌레 1기생」이기도 하다』 ―노모께서 요즘도 「길조심 차조심」을 당부하신다는데…. 『84세의 고령에도 신문 방송에 보도된 관련기사를 다 챙기신다. 아침에 내가 집을 나설 때면 「싸우지 말라. 남을 비난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요즘엔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분위기가 과열되자 「왜 모두가 서로 작아지느냐」고 꾸짖으면서 「욕심부리지 말고 공정하게 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정리〓임채청·사진〓석동율기자〉 ▼ 약력 ▼ △경남 김해(58세)△경남중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해병대 법무관 전역 △공등고시 사법과 12회 합격(61년)△서울지검 검사 △변호사 △민추협 인권옹호위우너장 △신민당 인권옹호위원장 △통일민주당 정책심의회 의장 △13대 대선 야권후보단일화 추진협의회 공동대표 △신정당 대표최고위원 △14대대선후보(신정당)△신민당 대표최고위원 △9,10,12,13,14대의원 △신한국당 수도권선거대책위원장 △신한국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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