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기업 상당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생산과 영업 활동을 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우리 고용의 8%를 차지하는 경제 주체의 하나인 동시에 한국의 기업 경영 환경을 세계 각국과 직접적,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이런 기업들이 한국의 노동정책을 부담스럽다고 지적한 것은 더 이상 노동개혁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로 해석해야 한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기업 경영 여건이 개선됐다는 대답이 25%에 그친 것은 뼈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등 노동유연성을 높인 이른바 ‘양대 노동지침’을 폐기하고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백지화하는 등 그나마 진행되던 노동개혁까지 제자리로 되돌렸다. 고용노동부는 근로 환경을 내세워 반도체 핵심공정까지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7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생산 저하를 우려해 아우성인데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연구개발(R&D) 분야나 납기를 맞춰야 하는 산업은 일정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일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정부의 고집에 산업 경쟁력까지 뒤처질까 걱정스럽다. 이러니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까지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