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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의견 다르다고 정치인 폭행, 후진적 테러다

입력 2018-05-16 00:00업데이트 2018-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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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열린 제주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김모 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단체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방송 중계까지 하는 토론회장에서 원 후보에게 계란을 던진 뒤 두 차례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원 후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걱정할 만큼 다치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지만 이번 사건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제2, 제3의 정치인 폭행 사건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김 씨는 원 후보를 폭행한 뒤 흉기로 자해했다. 자신의 주장을 알리려는 정치적인 동기에서 범행한 확신범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폭력은 전염성이 있다. 9일 전,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폭행을 당했다. 장소도 경비가 삼엄한 국회 내 본관 앞이었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정치폭력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함으로써 건강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여론 왜곡을 초래한다. 원 후보에 대한 폭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자행됐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나 마찬가지다. 정치폭력을 가볍게 여기면 더 심각한 정치테러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 두 사건의 가해자를 일벌백계해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사법당국과 선거관리위원회는 재발 방지를 위해 각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민주주의는 관용과 자유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자란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은 더더욱 아니다. SNS를 중심으로 진영 간 적대적인 편 가르기와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이 폭력을 부르고 있다. 정치폭력을 행사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스럽다. 뭔가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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