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커져가는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꼼꼼하게 따져봐야

  • 동아일보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혈관 상태를 표현한 그림. 당뇨병 등으로 인해 그림처럼 혈관 벽에 지방 물질이 쌓이면 염증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전문의들은 고지혈증치료제가 거꾸로 당뇨병을 유발하지 않도록 성분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JW중외제약 제공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혈관 상태를 표현한 그림. 당뇨병 등으로 인해 그림처럼 혈관 벽에 지방 물질이 쌓이면 염증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전문의들은 고지혈증치료제가 거꾸로 당뇨병을 유발하지 않도록 성분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JW중외제약 제공
한 번에 복용하는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의약품시장조사업체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ARB계열)과 고지혈증(스타틴 계열) 복합제의 2016년 1분기 처방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130% 성장한 130억 원으로 나타났다. 출시된 제품도 4개에서 현재 8개로 2배 증가했다.

제품별로 보면 금년 1분기 기준으로 로벨리토(한미약품) 46억, 올로스타(대웅제약) 31억, 듀오엘(유한양행) 27억, 로바티탄(LG생명과학) 12억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밖에 지난해 하반기 시장에 진출한 JW중외제약의 리바로브이와 일동제약의 텔로스톱도 각각 8억원, 6억원의 실적을 올려 성장세를 보였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시장이 커지는 이유에 대해 복용편의성의 장점이 있고 관련 성인병을 한꺼번에 동반하는 대사증후군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분별 당뇨병 등 안전성 이슈 논란


업계에서는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에 사용되는 성분에 대한 해외 발 안전성 논란이 이 같은 상승세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먼저 고지혈증에 가장 많이 처방되는 스타틴 계열 약물이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스타틴은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LDL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중성지방 수치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제2형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환자 1만7802명을 대상으로 스타틴 복용과 당뇨병 발병 사이의 관계를 확인한 ‘주피터(JUPITER) 연구(2008년)’의 경우 로수바스타틴(제품명 크레스토) 투약군에서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당뇨병 발병이 26%나 높았다.

만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GISSI-HF 연구에서도 로수바스타틴 투약군이 당뇨병 발병을 10% 높인 것으로 2008년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보고 됐다. 로수바스타틴 이외에 아토르바스타틴(제품명 리피도), 심바스타틴(제품명 조코) 등 다른 스타틴 제제도 마찬가지였다. 또 미국에서는 환자가 제약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고지혈증 치료제인 리피토의 당뇨병 발생으로 인한 소송 건수가 2400건으로 급증했다. 2012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리피토 및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장기 복용할 경우 기억력 소실이나 당뇨병 증세를 경미하게 높인다고 경고한 것이 소송 제기의 발단이 됐다.

올해 4월에는 프랑스 국립의약품청(ANSM)이 효과 미흡, 장질환 위험성을 이유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고혈압치료제 올메사르탄의 급여 중단을 발표함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 서한을 국내 의료계에 배포하는 등 의약품 처방 시 주의를 당부했다.

부작용 논란 피해가는 리바로브이


이에 고혈압, 고지혈증 치료제에 사용되는 성분에 대한 안전성 이슈가 복합제 시장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8개의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중 이 같은 해외 발 안전성 논란을 피해가는 제품은 리바로브이(발사르탄+피타바스타틴)가 있다.

최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피타바스타틴의 허가 변경을 통해 ‘PMS(시판후조사)와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당뇨병에 대한 위험 징후가 없다’는 문구를 사용 설명서에 삽입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까지 스타틴 제제의 당뇨병 유발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은 있었지만, 정부기관으로부터 당뇨병 안전성을 공인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과는 현재 사용되는 약 7가지의 스타틴 계열 가운데 피타바스타틴이 다른 약에 비해 당뇨병 유발 위험이 18% 가량 낮았다는 ‘J-PREDICT’ 연구와 15개의 가짜약(Placebo) 및 여러 스타틴과 진행한 연구결과를 종합 비교한 ‘Meta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오다와라 마사토 동경대 의대 교수가 2014년 발표한 ‘J-PREDICT’는 스타틴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내당능 장애 고지혈증 환자 1269명을 2007년부터 5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로 피타바스타틴 제제가 장기 사용 시 당뇨병 촉진 논란이 있는 로수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심바스타틴 등 기존 약물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이번 영국 MHRA의 당뇨병 안전성에 대한 승인은 리바로만이 혈당을 높이지 않으면서 이상지질혈증을 개선하는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치료제로 인정한 결과”라며 “앞으로 유럽의약품기구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의약품 허가 담당 기관에서도 허가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발사르탄 역시 네비게이터(NAVIGATOR) 연구를 통해 베타세포기능 개선 및 당뇨병 예방효과를 검증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리바로브이가 당뇨병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health&beauty#고혈압 고지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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