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홍조 환자에게 한겨울 쌀쌀한 날씨는 쥐약이다. 비단 추운 날씨 때문이 아니라 얼굴의 붉은 기가 유난히 심해져서다. 아침에 정성스럽게 메이크업해도 시간이 지나면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과한 볼터치라도 한 것처럼 촌스러워 보여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안면홍조는 다양한 외부자극에 의해 다른 사람들보다 얼굴이 쉽게 얼굴이 붉어지며 열감이 느껴지는 증상이다. 주로 피부 속 혈관이 확장됐다가 수축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얼굴색을 결정하는 데에는 멜라닌색소뿐만 아니라 붉은 기에 영향을 미치는 헤모글로빈도 관여한다. 여성 상당수는 멜라닌색소에는 비상한 관심을 보내지만, 피부의 붉은 기는 상대적으로 무심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 잡티 못잖게 붉은 기도 피부 톤을 칙칙하게 하는 원인이다. 무엇보다 안면홍조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피부 혈액순환 및 신진대사가 저하돼 피부가 푸석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혈관 탄력이 떨어지며 같은 자극에도 혈관이 쉽게 늘어나고 염증이 진행될 우려가 높다. 안면홍조가 악화되면 ‘주사’(딸기코, Rosacea)로 이어지기도 한다. 햇빛 등 외부자극까지 지속된다면 모세혈관 확장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안면홍조를 일으키는 원인을 한 가지로 꼽기는 어렵다. 술, 사우나, 자외선, 카페인, 자극적인 음식, 뜨거운 음식, 스트레스, 건조한 실내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홍조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좋다는 것을 시행하기보다는 ‘나쁜 요소’를 제거하는 게 더 시급하다. 과도한 자외선 노출을 피하고, 사우나 등 급격한 온도변화가 나타나는 행동은 삼간다. 술·담배·카페인·초콜릿 등 자극적이거나 뜨거운 음식도 웬만해서는 피한다. 평소 피부 기초케어를 할 때에도 순한 제품을 사용해 피부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여성은 클렌징에도 신경써야 한다. 단순히 잘 닦인다고 티슈 등을 사용하는 것보다 순한 타입의 액체형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무엇보다 홍조를 지우기 위해 의사의 처방 없이 함부로 연고를 바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다수의 피부염 치료제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호르몬제가 섞여 있어 잠시 피부가 진정되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혈관벽을 약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미 안면홍조가 심한 사람은 단순 관리로는 호전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피부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적절한 레이저 치료를 받는 게 도움이 된다. 피부과에서는 주로 퍼펙타, 아이콘맥스G, 엑셀V 등 다양한 레이저로 안면홍조를 치료한다.
이런 경우 혈관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레이저로 치료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주로 아이콘맥스G·퍼펙타·엑셀V 레이저가 쓰인다.
이들 레이저는 다른 피부조직에 자극을 주지 않고 늘어진 혈관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시술 후 별다른 불편한 없이 안면홍조증을 개선할 수 있다. 치료 후 즉시 세안이나 화장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어 바쁜 직장인도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어 인기다. 환자의 체질이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4주 간격으로 3~5회 반복적으로 시술받으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안면홍조 등 혈관병변 치료는 같은 시술이라도 의료진이 얼마나 세심하게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우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자신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맞춤치료를 받는 게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아울러 심리적 요인으로 얼굴이 빨개지는 신경성 안면홍조증은 레이저 치료와 동시에 마인드컨트롤을 병행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감정을 조절하려는 환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치료 후 호전되는 것 같다가도 조금만 방심하면 또다른 혈관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어 평소 홍조가 유발되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