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인공지능(AI) 혁명의 파도를 타고 반도체 사업에서 역대급 수익성을 기록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AI 서버의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주도권을 바탕으로 연간 실적의 새 역사를 썼으며, 매출 또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메모리 강자’의 위상을 공고히 했습니다. 리밸런싱을 마친 SK그룹은 이제 글로벌 AI 설루션 전반을 아우릅니다. 반도체 부품 공급자를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 설계자로 거듭난 SK그룹의 행보를 짚어봤습니다.
SK그룹 바이오 사업이 조용히 내실을 다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화려한 성과에 가려져 있지만 반도체를 잇는 성장 동력으로 SK그룹 바이오 사업이 꼽힙니다. 뇌전증 신약 하나로 미국 시장 문을 두드렸던 도전은 이제 방사성의약품(RPT)과 차세대 위탁개발생산(CDMO) 흐름으로 이어지며 그룹의 새로운 핵심 성장 축으로 당당히 자리잡는 모습입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그룹 차원에서 공들이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바이오 분야에 접목돼 성장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용한 성장 결실…연 매출 ‘2조 클럽’ 진입
SK 바이오 사업은 4개 독립 법인이 각자 전문 영역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분산형 전문화’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각각 포지션이 다른 선수 네 명이 한 팀으로 뛰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혁신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SK바이오팜과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SK팜테코, 백신과 차세대 바이오 플랫폼에 주력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혈액제제를 생산하는 SK플라즈마가 주인공입니다. 네 회사 매출을 합산하면 연간 2조 원을 훌쩍 넘어섭니다. 각 법인의 수익 모델이 달라 한 분야가 흔들려도 다른 분야가 버텨주는 이른바 ‘포트폴리오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단일 신약에 의존하는 기존 바이오 기업 모델을 넘어 신약 개발, 백신, CDMO, 혈액제제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플랫폼형 바이오그룹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SK바이오팜 연구소.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의 성공 넘어 RPT 정조준
SK 바이오 사업의 성장 기폭제는 SK바이오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에 판권을 넘기지 않고 미국 현지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2024년 사상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영업이익 2039억 원을 기록하면서 그룹 내 확실한 수익원으로 부상했습니다.
세노바메이트가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은 이제 차세대 항암제인 방사성의약품(RPT·Radiopharmaceutical Therapy) 시장 선점을 위한 실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RPT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특수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해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방식으로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크게 줄인 ‘정밀 표적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는 노바티스, 일라이 릴리, BMS 같은 글로벌 제약 대기업들이 이미 수조 원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노바티스의 RPT 치료제 ‘플루빅토’는 2023년 한 해에만 약 1조3000억 원어치가 팔리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세계 RPT 시장은 2032년까지 약 1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SK바이오팜은 소재부터 치료제까지 ‘수직 계열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테라파워 자회사인 TPI, 벨기에 판테라 등과 계약을 맺고 핵심 동위원소인 악티늄-225(Ac-225)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고 독자적인 킬레이터 플랫폼 기술까지 구축했습니다. 올해 1월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알파 핵종 기반 RPT 치료제 ‘SKL35501’에 대해 미국 FDA로부터 임상 1상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았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SK 글로벌 CDMO 통합법인 ‘SK팜테코’ 본사 전경
비만 치료제 열풍과 CDMO 도약
글로벌 CDMO 업체 SK팜테코는 최근 전 세계적인 비만 치료제 열풍의 핵심 공급망으로 떠올랐습니다. 오젬픽,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핵심 성분인 펩타이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세계적으로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SK팜테코는 세종시에 약 3400억 원을 투자하여 펩타이드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고, 올해 말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일라이 릴리와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팬데믹 특수가 사라진 이후 겪었던 실적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2024년 인수한 독일의 CDMO 전문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가 인수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유럽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본격화한 결과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뛴 651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아직 영업적자 구간에 있지만, 이는 미래 성장을 위한 플랫폼 투자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SK플라즈마는 혈액에서 추출한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로, 경기를 타지 않는 필수 의약품이라는 특성 덕분에 그룹의 안정적인 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2023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꾸준히 수익을 내며 2026년 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입니다. 이러한 안정적인 기반은 SK그룹 바이오 사업 전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SK플라즈마 혈액제제 의약품. ‘플랫폼형 종합 바이오 그룹’ 향한 비전… 글로벌 빅 바이오텍 모델
글로벌 바이오산업은 전통적인 ‘빅파마(Big Pharma)’ 모델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기술과 유연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빅 바이오텍(Big Biotech)’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SK그룹이 지향하는 ‘플랫폼형 종합 바이오그룹’은 이러한 글로벌 빅 바이오텍 모델의 한국형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SK의 전략은 각 계열사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있습니다. SK바이오팜이 신약으로 현금을 벌고, 그 돈이 RPT 같은 고위험 신기술 R&D에 투입됩니다. SK팜테코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원료를 생산하며 제조 기반을 받쳐주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CDMO 인수로 외연을 넓힙니다. SK플라즈마는 경기를 타지 않는 필수 의약품으로 그룹 전체의 재무 안전판이 됩니다.
이러한 분산형 구조는 각 계열사가 독립적인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그룹 차원에서는 신약 개발부터 제조, 상업화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시너지를 창출합니다. 글로벌 CDMO 기업인 론자(Lonza)나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길리어드(Gilead)와 달리 SK는 이 모든 역량을 그룹 내에 내재화해 외부 환경 변화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SK 바이오팜 연구소 향후 5년 내 ‘K-빅 바이오텍’ 시험대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이제 단순한 계열사들의 집합을 넘어, 개발-생산-상업화 전 과정을 그룹 내에서 완결하는 플랫폼이 됐습니다. 하지만 과제도 명확합니다. 2032년이면 세노바메이트의 특허가 만료되고 복제약이 쏟아지게 됩니다. 그 전에 RPT나 파킨슨병 치료제 등 후속 신약이 임상에서 성과를 내야 합니다.
세노바메이트 성공은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 4개의 전략적 축이 SK를 한국형 ‘빅 바이오텍’ 모델로 완성 시킬 수 있을지 앞으로의 5년이 답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Q&A : SK그룹 바이오 사업 쉽게 이해하기
Q. SK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방사성의약품(RPT)’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항암 치료 패러다임이 ‘정밀 타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RPT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차세대 치료 방식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RPT 파이프라인과 동위원소 공급망을 동시에 구축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습니다.
Q. SK팜테코가 세종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원료의약품(GLP-1 펩타이드) 생산 능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SK팜테코는 세종 공장 증설을 통해 펩타이드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에서 핵심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입니다.
Q. SK그룹 바이오 사업이 4개 법인으로 나뉘어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제조·플랫폼·현금창출 사업의 성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 SK팜테코는 글로벌 제조,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플랫폼, SK플라즈마는 혈액제제를 담당합니다. 이처럼 역할을 분산하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시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SK바이오팜 이후 성장 동력은 무엇입니까?
A. 파킨슨병 질병조절치료제(DMT)와 방사성의약품(RPT)이 대표적인 차세대 파이프라인입니다. 세노바메이트로 확보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CNS 질환과 차세대 항암 치료 영역으로 연구개발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Q. SK그룹 바이오가 글로벌 ‘빅 바이오텍’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A. 아직 글로벌 빅 바이오텍과 비교하면 규모 차이는 있지만 신약 상업화 경험과 글로벌 CDMO 생산 역량, 백신 플랫폼, 안정적인 현금흐름 사업을 동시에 보유한 구조는 국내에서 드뭅니다. RPT나 CNS 신약에서 추가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플랫폼형 종합 바이오 그룹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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