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5년 생존율 16%→42%… 이제 시한부 아닌 관리 질환”

  • 동아일보

과거 폐암 4기는 ‘말기암’ 인식
폐암 두번 재발한 70대 환자
국내 신약 처방 후 ‘6년 생존’
병용-ADC 등 맞춤치료 확대

말기 폐암 진단을 받았지만 국내에서 개발된 폐암 신약을 임상 때부터 복용해 현재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유수현 씨(오른쪽)와 주치의인 여창동 은평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치료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말기 폐암 진단을 받았지만 국내에서 개발된 폐암 신약을 임상 때부터 복용해 현재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유수현 씨(오른쪽)와 주치의인 여창동 은평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치료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과거 폐암 4기는 ‘여명이 제한된 말기암’으로 받아들여졌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삶의 마지막 단계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치료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폐암은 ‘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도입되면서 폐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001∼2005년 16.6%에서 2019∼2023년 42.5%로 크게 개선됐다. 치료를 통해 병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최근 치료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폐암은 ‘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치료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폐암은 ‘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6년 전 국내에서 개발된 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 임상 시험 때부터 참여해 건강을 회복한 유수현 씨(78)와 주치의인 여창동 은평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를 만나 폐암 극복기와 폐암 치료 트렌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폐암 진단 후 6년 지나도 건강 유지

유 씨는 지금도 매일 한 번 렉라자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담배를 하루 두 갑씩 피우던 그는 건강검진에서 폐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수술을 받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듯했지만 폐암이 재발했다. 두 차례 수술에도 반대편 폐에 새로운 병변이 발견되면서 추가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치료 선택지가 제한된 가운데 그는 담당 의료진의 권유로 렉라자의 글로벌 3상 임상 시험(LASER301)에 참여해 치료를 이어갔다. 진단 초기부터 치료를 맡아 온 주치의에 대한 신뢰가 임상 참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치료는 비교적 빠르게 효과를 보였다. 치료 시작 약 6주 만에 시행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종양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이후 검사에서는 병변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호전됐다. 유 씨는 “검사 때마다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치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며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고 기침도 사라져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약에 대한 빠른 반응과 낮은 부작용, 장기간 효과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사례”라며 “평균 생존 기간이 3∼4년 수준으로 보고되는 것을 고려하면 6년 이상 질병이 조절되고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매우 크고 다른 폐암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암을 이기는 데 생활 습관도 큰 영향


환자의 생활 습관 개선도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유 씨는 흡연을 중단하고 간접흡연을 피했으며 공기가 좋은 곳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매일 1시간가량 최소 1만 보 이상을 걷고 식단을 채소와 단백질 중심으로 바꾸는 등 생활 전반을 개선했다. 아령을 드는 근력 운동도 꾸준히 실천했다.

이처럼 장기 생존 사례가 늘면서 폐암 4기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말기암’으로 여겨졌던 폐암 4기에서도 장기적인 질병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치료 접근법 역시 바뀌고 있다.

특히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진다. EGFR 변이는 국내 폐암 환자의 약 50%에서 확인되는 유전자 변이로 진단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지표다. 변이가 있을 때 표적치료제를 적용해 더욱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여 교수는 “폐암 치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EGFR 변이 폐암에서는 다양한 표적 치료 옵션이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의료진이 치료를 결정하는 구조였다면 현재는 환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함께 치료 방향을 논의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개발 폐암 치료제 효과 입증

국내 개발 3세대 EGFR 표적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치료 선택지로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3상 임상에서 기존 표적 치료제 대비 개선된 효과가 확인됐으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유 씨처럼 장기 치료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치료 접근성도 개선되고 있다. 유 씨는 약 5년간 임상을 통해 약제비와 검사 비용을 지원받았고 임상이 끝난 후에는 렉라자가 건강보험으로 보장돼 현재도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여 교수는 “과거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임상시험과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치료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급여 적용 이전까지 ‘조기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약 900명의 환자에게 폐암 신약 렉라자를 무상 공급하며 치료 기회를 확대해 왔다. 이러한 환자 중심 지원과 연구개발 투자는 창립 100주년을 맞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암 치료는 현재도 발전하고 있다. 표적 치료제를 중심으로 병용 요법과 항체 약물 접합체(ADC) 등 다양한 치료 전략이 개발돼 환자별 맞춤 치료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여 교수는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지는 만큼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폐암도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씨는 “병을 이겨내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의료진을 믿고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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