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뇌를 보호하는 ‘생물학적 기전’ 발견[노화설계]

  • 동아닷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운동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생물학적 기전 중 하나가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연구진에 따르면, 운동은 뇌를 보호하는 ‘혈액-뇌 장벽’을 강화함으로써 노화로 인한 염증을 줄이고 인지 기능 저하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뇌에는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이라는 보호 관문이 있다. 이 장벽은 혈액 속 유해 물질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장벽을 이루는 내피세포 간 결합이 약해지면서 투과성이 증가한다. 그 결과 해로운 물질이 뇌 조직으로 침투해 염증을 유발한다. 이는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으며, 알츠하이머병(치매의 가장 흔한 유형)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연구진은 6년 전, 운동한 생쥐의 간에서 GPLD1이라는 효소가 더 많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효소는 노화 관련 인지 저하를 완화하는 것으로 관찰됐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아 있었다. GPLD1 자체는 뇌로 직접 들어갈 수 없으므로, 어떻게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 그 답을 제시했다.

● GPLD1은 어떻게 뇌 염증을 줄이는가?

연구에 따르면 GPLD1은 TNAP(Tissue-nonspecific alkaline phosphatase)이라는 또 다른 단백질을 통해 작용한다. 나이가 들수록 혈액-뇌 장벽을 형성하는 세포 표면에 TNAP이 축적된다. 이는 장벽을 약화하고 이물질의 투과성을 높인다.
젊은 생쥐의 혈액-뇌 장벽(녹색선)은 주입된 연료(이물질) 대부분이 뇌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다. 사울 빌레다 박사 연구실 제공.
젊은 생쥐의 혈액-뇌 장벽(녹색선)은 주입된 연료(이물질) 대부분이 뇌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다. 사울 빌레다 박사 연구실 제공.

반대로 운동을 하면 간에서 생성된 GPLD1이 혈류를 타고 뇌를 둘러싼 혈관으로 이동해 세포 표면에서 NAP을 잘라내 제거한다. 이로 인해 혈액-뇌 장벽의 구조적 완전성이 회복되고 염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GPLD1이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이 효소의 기본 기능에 주목했다. GPLD1은 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절단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효소에 의해 잘릴 가능성이 있는 단백질이 존재하는 조직을 찾았고, 노화와 함께 이러한 단백질이 더 많이 쌓일 것으로 추정했다.

혈액-뇌 장벽을 구성하는 세포는 GPLD1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여러 단백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각각을 시험한 결과, 실제로 GPLD1이 제거한 것은 TNAP 하나뿐이었다.
늙은 생쥐는 혈액-뇌 장벽의 손상이 커 더 많은 염료가 뇌로 침투한다. . 사울 빌레다 박사 연구실 제공.
늙은 생쥐는 혈액-뇌 장벽의 손상이 커 더 많은 염료가 뇌로 침투한다. . 사울 빌레다 박사 연구실 제공.

GPLD1으로 치료받은 늙은 생쥐는 혈액-뇌 장벽이 복구되어 뇌로 침투하는 염료의 양이 줄었다. . 사울 빌레다 박사 연구실 제공.
GPLD1으로 치료받은 늙은 생쥐는 혈액-뇌 장벽이 복구되어 뇌로 침투하는 염료의 양이 줄었다. . 사울 빌레다 박사 연구실 제공.

연구진은 TNAP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어린 생쥐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혈액-뇌 장벽에서 TNAP이 과도하게 생성되도록 했다. 그 결과, 어린 생쥐는 노령 생쥐와 유사한 인지 기능 저하를 보였다.

반대로, 인간 나이 70세에 해당하는 2년령 생쥐에게서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TNAP 수치를 줄였더니 혈액-뇌 장벽의 누수가 감소하고 뇌 염증이 줄었으며, 기억력 검사 성적도 향상됐다.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 Cell에 지난 18일(현지 시각) 발표한 이번 논문의 책임 저자 UCSF 베이커 노화연구소 부소장 사울 빌레다(Saul Villeda) 박사는 “이번 발견은 노화에 따른 뇌 기능 저하를 이해하는 데 있어 신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TNAP과 같은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노화로 약해진 혈액-뇌 장벽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빌레다 박사는 “우리는 알츠하이머 연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생물학적 기전을 밝혀내고 있다”며 “이는 뇌 자체에만 거의 전적으로 초점을 맞춰온 기존 전략을 넘어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 결과로,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016/j.cell.2026.01.024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