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검사 예약 ∼ 결과까지 48시간… 中 ‘기술 만드는 병원’ 진화

  • 동아일보

중국, 의료 인공지능 현장을 가다
이틀 이내 검사 결과 모바일 통보… PET 장비 한 대당 4명이 교대근무
하루 환자 120 ∼ 130명 검사 가능
상하이-인도 ‘5000㎞ 원격 수술’… 국내 교수 “中 로봇 완성도 높다”

중산병원 핵의학과 의료진이 전신 PET-CT에서 AI가 판독한 검사 결과를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다. 상하이·선전=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중산병원 핵의학과 의료진이 전신 PET-CT에서 AI가 판독한 검사 결과를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다. 상하이·선전=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검사 결과는 이틀 안에 휴대전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 푸단대 부속 중산병원의 핵의학센터 운영은 ‘속도’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환자 예약부터 검사, 결과 확인까지 흐름이 멈추지 않았다. 후펭쳉 푸단대 중산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예약 후 최대 이틀이면 검사가 가능하고 결과는 48시간 이내에 나온다”고 설명했다. 검사 결과는 종이 대신 휴대전화로 전달된다. 중국 전역 어디서든 위챗(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대한병원협회 해외 탐방연수단(단장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부회장·국제병원연맹 차기 회장)과 함께 중국 상하이와 선전에 있는 병원과 의료기기 업체를 방문했다. 연수단에는 국내 대학병원 교수들과 헬스케어 기업 관계자가 동행했다. 중국 의료 인공지능(AI)의 현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일정이었다.

하루 130명 PET 검사… 장비는 멈추지 않았다

중산병원 핵의학센터는 하루 120∼130명의 환자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를 받는다. 병원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장비 한 대당 4명이 교대 근무해 가동 공백을 최소화한다. 운영 시간 동안 장비는 거의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그래야 장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이다. 효율을 전제로 설계된 운영 구조가 이미 일상처럼 정착된 모습이었다.

병원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핵의학 거점이다. 1958년 설립돼 중국 최초로 핵의학과를 개설했다. 지금도 이곳은 교육의 중심이다. 중국 전역의 핵의학 전문의들이 이 병원에서 수련받고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중산병원 핵의학센터는 진단과 연구, 교육 기능이 집약된 대규모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절반 이상은 종양 환자다. 대부분 PET 검사를 통해 초기 진단을 받고 이후 치료 방향이 정해진다.

중국 의료영상 장비 기업 유나이티드이미징(UI) 전시장에서 직원이 최신 CT 장비의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의료영상 장비 기업 유나이티드이미징(UI) 전시장에서 직원이 최신 CT 장비의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견학의 핵심은 전신 PET-CT였다. 기존 PET-CT는 부위별로 나눠 촬영해야 한다. 하루 검사량에도 한계가 있다. 중산병원이 의료용 영상장비 기업인 유나이티드이미징(UI)과 함께 개발한 전신 PET-CT는 달랐다. 한 번에 인체 전체를 스캔한다. 실제 촬영 시간은 30초에 불과하다. 방사성 의약품 사용량도 크게 줄었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 부속 중산병원 핵의학과 후펭쳉 교수가 유나이티드이미징의 PET 장비 개발 과정과 임상 적용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 부속 중산병원 핵의학과 후펭쳉 교수가 유나이티드이미징의 PET 장비 개발 과정과 임상 적용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후펭쳉 교수는 “임상의사와 장비 엔지니어가 함께 먹고 자며 문제를 해결했다”고 표현했다. 임상에서 발견된 문제는 즉시 장비 설계에 반영했고 수정된 장비는 다시 임상에서 검증했다. 맞으면 이어가고, 아니면 방향을 바꾸는 과정을 반복했다. 병원이 ‘사용자’를 넘어 ‘공동 개발자’로 기능한 셈이다.

수술실 밖에서 시작된 혁신… 로봇은 병원을 중심으로 진화했다

대한병원협회 해외 탐방연수단에 동행한 외과 의사가 중국 마이크로포트사의 수술로봇 ‘투마이’를 직접 조작해 보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해외 탐방연수단에 동행한 외과 의사가 중국 마이크로포트사의 수술로봇 ‘투마이’를 직접 조작해 보고 있다.
중국 의료의 또 다른 현장은 수술실이었다. 연수단은 앞서 광둥성 선전시에서 수술 로봇 제조 기업도 둘러봤다. 지난해 12월 30일 인도 언론에는 ‘상하이 외과 의사가 5000㎞ 떨어진 뭄바이 환자를 수술했다’는 보도가 실렸다. 상하이의 비뇨의학과 의사가 수술 로봇을 조종해 인도 병원의 환자를 원격 수술한 사례다. 인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지난달에는 중국에서 로봇이 사람의 개입 없이 돼지 담낭 제거 수술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세계 최초의 ‘자율 수술’ 사례다. 이 기술 역시 병원과 기업이 함께 축적한 임상 데이터에서 출발했다.

김재화 차움 원장은 “담낭 적출술은 일반외과에서 흔한 수술 중 하나”라며 “무인 자동차의 주행은 교통 상황에 따라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데 비해 복강 구조는 훨씬 단순하다. 수술용 로봇이 훈련받기에는 오히려 더 현실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는 단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연수에 동행한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차기회장(순천향대의료원 특임원장)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 교수는 “중국의 수술용 로봇은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실제 사용해 보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고 평가하면서도 “사람에게 무인 수술을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술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비를 사는 병원이 아니라 ‘기술을 만드는 병원’

중산병원 의료진이 여러 차례 강조한 단어는 ‘정부 투자’였다. 2000년 이전까지 중국 의료는 장비와 기반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했다. 그러나 2015년을 전후로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병원 이전, 연구 기반 구축, 기업과의 협력이 동시에 이뤄졌다. 병원, 대학, 기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는 수치로 남았다. 전신 PET-CT 관련 특허는 약 30건, 이 중 절반 이상이 상용화됐다. 관련 논문은 70편 이상 발표됐다. 2019년 중산병원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전신 PET-CT를 임상에 도입했고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신 PET-CT 검사를 시행하는 병원으로 꼽힌다.

중산병원에서 본 의료 혁신은 기술 경쟁의 결과라기보다 구조의 산물에 가까웠다. 장비를 얼마나 빨리 들여왔느냐보다 임상·연구·산업이 어떻게 한 축으로 묶였는지가 차이를 만들고 있었다.

검사실을 나서며 들었던 의료진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장비를 사는 병원이 아니라 기술을 함께 만드는 병원입니다.”

이왕준 단장은 현장을 둘러본 뒤 “의료 AI는 결국 병원이 주도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단순한 기술 수용자가 아니라 임상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 발전의 방향을 제시할 때 의료AI가 실제 의료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중국 병원은 그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의료의 방향은 단순히 앞선 기술의 추격이 아니었다. 자원을 집중하고 병원이 움직이도록 구조를 만들었다. 그 차이는 환자가 체감하는 속도와, 병원이 축적하는 연구 성과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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