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쥐 살린 면역, 늙은 쥐엔 역효과… “나이별 치료제 시대 온다”

  • 동아일보

美 생물학연구소, ‘네이처’ 발표패혈증 쥐, 같은 면역반응도
나이에 따라 생사 여부 갈려
연령별 질병 치료법 개발 땐
항생제 부작용 등 우려 해소

병원체 감염에 반응하는 쥐 연구에서 나이에 따라 면역 반응의 효과가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맞춤형 무항생제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제시됐다.

저넬 에어스 미국 소크생물학연구소 교수팀은 젊은 쥐를 보호하는 면역 과정이 노령 쥐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14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몸에 침투하면 방어 시스템인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 수많은 장기와 세포, 분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협 요소를 제거한다.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다른 부분이 손상을 입는 등 부수적인 피해가 생기기도 한다.

패혈증은 병원체 감염이 전신에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극단 사례다. 신체 보호 반응이 통제 불능 상태가 돼 심한 경우 장기 전반에 장애를 유발하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패혈증은 전 세계 사망 원인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패혈증 치료에는 원인인 병원체를 사멸하거나 억제해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가 주로 활용되지만 실제로는 환자의 면역 반응이 병원체보다 몸에 더 큰 피해를 미친다는 점에서 더 효과적인 치료 방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 우려도 있다.

면역 반응 전반을 억제하는 항염증제는 환자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투입 고려 시기에 이미 신체 손상이 대부분 진행돼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병원체에 대한 면역 반응 메커니즘 조절을 패혈증 등 감염으로 인한 신체 손상을 방지하는 치료 표적으로 제시했다. 기존 항생제와 항염증제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면역 반응 메커니즘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는 정확히 어떤 질병에 대한 메커니즘인지 파악하고 노화 등 개인의 상태에 따라 면역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연구팀은 쥐를 젊은 그룹과 노령 그룹으로 나누어 병원체에 감염시킨 패혈증 모델을 설계했다. 실험 결과 나이에 따라 면역 반응의 효과가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젊은 쥐에게서는 단백질인 폭스오원(FoxO1)과 트림63(Trim63) 유전자가 활성화되면서 연쇄적으로 생성이 촉진된 뮤알에프원(MuRF1)이라는 단백질이 패혈증 손상으로부터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심장과 골격근 세포에서 에너지 생산 반응을 촉진해 심장 비대를 방지하며 다른 기관의 손상도 차단했다. 사망한 젊은 쥐에게서는 심장 비대 현상이 관찰됐다.

다만 노령 쥐에서 FoxO1과 Trim63, MuRF1의 활발한 작용은 반대 효과를 보였다. 생존한 노령 쥐들은 젊은 쥐 그룹과 반대로 이미 심장이 비대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젊은 쥐에서 심장을 보호하는 면역 메커니즘이 노령 쥐에서 똑같이 발현될 경우 되레 해를 끼친 셈이다. 연구팀은 “동일한 병원체에 노출됐을 때 같은 면역 경로가 연령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각 연령대의 고유한 생리학적 특성에 맞춤화된 치료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이번 연구 결과가 ‘상반적 다중작용’이라는 이론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진화생물학에서 처음 제안된 이론으로 젊은 시기에는 유익한 특성이 노년기에는 부작용으로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젊은 시기에 생식 가능한 기간을 무사히 보내는 것이 진화적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건강을 희생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패혈증을 포함한 다양한 감염이나 질병에서 나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로 평가된다. 감염과 패혈증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줄여 전 세계적인 보건 위협인 항생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인간에게서도 이번 연구와 비슷하게 나이대별 면역 반응이 다르게 일어나는지 규명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노령 쥐도 적절한 질병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해당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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