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콜레스테롤보다 6배 더 위험한 ‘지단백질’

  • 동아일보

매일 운동하고 식단 관리를 잘하는 사람도 유전적인 요인으로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은 바로 나쁜 콜레스테롤보다 더 나쁜 엘피리틀에이(Lp(a))라는 지질 단백질이다. 셔터스톡 제공
매일 운동하고 식단 관리를 잘하는 사람도 유전적인 요인으로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은 바로 나쁜 콜레스테롤보다 더 나쁜 엘피리틀에이(Lp(a))라는 지질 단백질이다. 셔터스톡 제공
2017년 미국 유명 헬스트레이너이자 건강 인플루언서였던 밥 하퍼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많은 사람은 충격을 받았다. 매일 운동하고 식단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그가 쓰러졌다는 사실은 ‘건강한 사람도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준다.

그가 쓰러진 원인은 생활 습관이 아닌 유전적 요인인 ‘Lp(a)’라는 지질 단백질 때문이었다. 하퍼는 인터뷰에서 “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내 DNA는 그렇지 않았다”며 유전적 심혈관 위험인자에 대한 인식 부족을 지적했다. 그의 사례는 미국에서 ‘Lp(a)’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고 많은 사람이 처음으로 ‘Lp(a)’ 검사를 받는 계기가 됐다.

Lp(a)는 ‘엘 피 리틀에이’라고 읽는다. Lp는 지단백(Lipoprotein)의 약자로 Lp(a)는 ‘a’라는 지단백을 의미한다. Lp(a)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숨겨진 위험인자로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C(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와는 따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Lp(a)가 유전적 요인이라 생활 습관을 개선해서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혈관에 플라크 쌓일 위험 LDL-C 6배

LDL-C는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수치가 높으면 혈관 벽에 플라크가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혈류가 감소한다. 플라크가 파열돼 혈전을 만들면 심근경색이나 뇌중풍(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Lp(a)는 LDL-C보다 플라크 형성을 약 6배 더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심혈관질환 발생을 높이는 위험 요인이 없어도 Lp(a) 수치가 높으면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심혈관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Lp(a) 수치가 높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3배로 높다. 또 일부 환자에게는 심혈관질환이 급격하게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Lp(a)는 유전적인 위험인자, 노력으로 조절 안 돼

Lp(a) 기준 수치는 50㎎/dL 혹은 120nmol/L이다. 이 이상이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전 세계적으로 5명 중 1명이 Lp(a) 수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Lp(a) 수치를 직접 낮출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하지만 Lp(a) 수치를 알기만 해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흡연, 비만,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 등 다른 위험인자를 더 면밀히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Lp(a) 수치를 조기에 알면 LDL-C처럼 조절 가능한 위험인자는 약물치료로 낮출 수 있다.

“가족 모두 Lp(a) 검사를”

유럽심장학회(ESC)와 유럽죽상동맥경화학회(EAS)는 생애 최소 1번 Lp(a)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Lp(a)는 유전적 특성을 갖기 때문에 가족 중 1명이라도 수치가 높으면 가족 모두 검사하는 게 좋다. 특히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해 Lp(a)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김병진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은 사망 위험과 후유증 부담이 큰 질환이지만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면 80%는 예방할 수 있다”며 “앞으로 Lp(a) 치료제가 출시될 예정이므로 미리 수치를 확인하고 그전까지 다른 위험인자를 더 주의 깊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평생 한 번은 Lp(a) 검사를 받고 수치가 높다면 가족 모두 함께 검사해 적극적으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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