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mRNA 백신, 면역치료 병용 시 암 환자 생존율 두 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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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10월 20일 10시 06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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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개발된 mRNA 백신 기술이, 암 치료에서도 획기적인 생존율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MD 앤더슨 암센터(Texas MD Anderson Cancer Center)와 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공동연구진은,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 를 투여받는 암 환자 중 치료 시작 후 100일 이내에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경우, 생존 기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5년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회의에서 공개됐으며,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 예정이다.

생존기간 ‘20개월 → 37개월’… mRNA 백신이 암 치료 반응성 높여
연구진은 2019년 8월부터 2023년 8월까지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치료받은 비소세포폐암과 전이성 흑색종 3~4기 암 환자 1000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전이성 흑색종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림프절, 폐, 간, 뇌, 뼈 등 신체의 다른 부위로 전이된 상태를 말한다.

그 결과,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후 100일 이내에 코로나 mRNA 백신을 접종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180명은 중앙 생존 기간이 37.3개월로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704명의 중앙 생존기간은 20.6개월로, 거의 두 배 차이를 보였다.

전이성 흑색종 환자군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됐다.
백신 미접종군(167명)의 중앙 생존기간은 26.7개월이었지만, 백신 접종군(43명)은 30~40개월로 생명이 연장됐으며, 일부는 여전히 생존 중으로 중앙 생존기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면역학적으로 ‘냉각된(cold)’ 종양, 즉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가 종양 내부에 침투하지 못하거나, 종양 미세환경에서 면역 억제제 요소가 우세해 면역치료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 환자군에서 3년 전체 생존율이 약 5배 증가하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mRNA 백신이 면역계를 훈련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다”
연구를 이끈 스티븐 린(Steven Lin) 박사(앤더슨 암센터 방사선종양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시판 중인 코로나 mRNA 백신이 암 환자의 면역계를 ‘훈련’해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아담 그리핀(Adam Grippin) 박사(앤더슨 암센터 방사선종양학 선임 레지던트)는 플로리다대 엘리어스 세이어(Elias Sayour) 박사 연구실에서 대학원 시절부터 mRNA 기반 항암 백신을 연구해 왔다.

그리핀 박사는 “mRNA 백신은 마치 면역계의 ‘경보장치’처럼 작동한다.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인식하게 만들고, 그 결과 면역관문억제제가 훨씬 강력하게 작용하도록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동물 모델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mRNA 백신이 투여되면 암세포가 PD-L1 단백질을 발현해 방어를 시도하지만, 동시에 면역관문억제제(예: 펨브롤리주맙, 니볼루맙) 가 이를 차단함으로써, 면역계가 암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저비용·범용 백신으로 암 치료 혁신 가능”
그리핀 박사는 “이번 결과는 이미 시판 중인, 비교적 저비용의 mRNA 백신이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이 기술이 면역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다기관 무작위 3상 임상시험(Phase III trial)을 설계 중이다.
시험은 코로나 mRNA 백신을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의 표준요법에 포함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또한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mRNA 플랫폼을 바탕으로 ‘범용 암 백신(universal cancer vaccine)’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 백신은 특정 암이나 단백질을 겨냥하지 않고, 면역계를 전반적으로 재활성화해 항암 반응을 유도하는 비특이적 백신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팬데믹의 유산이 암 치료의 미래를 바꾼다”
플로리다대의 세이어 박사는 “이 발견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우리는 면역 반응을 재설정하고 활성화하는 ‘비특이적’ 백신을 설계할 수 있으며, 이는 모든 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암 백신의 길을 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mRNA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제프 콜러(Jeff Coller) 박사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기술(mRNA 백신)이 암 치료를 혁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텍사스대학교 MD 앤더슨 암센터와 플로리다대학교 연구 관련 성명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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