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공이든 융합… AI교육에 집중”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4일 03시 00분


이화여대 ‘첫 과학기술 전문가 출신’ 이향숙 신임 총장
1995년부터 수학과 교수 재직… 암호학 분야 국내 대표 연구자
“빅데이터 교육 과정 등 만들고… 종합대학 융합혁신연구원 설립”

이화여대에서 138년 역사상 처음으로 과학기술 전문가 총장으로 선임된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이향숙 교수 제공
이화여대에서 138년 역사상 처음으로 과학기술 전문가 총장으로 선임된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이향숙 교수 제공
“인공지능(AI)이 변화를 주도하는 대전환 시기 이화여대가 훌륭한 과학기술 융합 인재를 배출하는 핵심 대학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과학기술’과 ‘이화’에 갖고 있는 소명 의식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총장이 되겠습니다.”

이화여대에서 138년 역사상 처음으로 과학기술 전문가 총장으로 선임된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가 24일 취임한다. 이 총장은 지난해 11월 교수를 비롯한 직원, 학생 등이 참여하는 직접선거로 총장에 선출됐다.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박사 학위를 받은 이 신임 총장은 1995년부터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암호학 분야의 국내 대표 연구자이기도 하다.

취임을 앞두고 이화여대에서 만난 이 신임 총장은 “과학기술이 대중과 매우 밀접해지고 혁신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시대의 변화가 자신을 총장으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프라 구축, 우수 교원 확충 등에 대폭 투자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높여 과학기술이 기반이 되어 이화여대가 새롭게 도약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신임 총장은 과학기술 분야 중 AI에 집중할 계획이다. 선거 기간 그가 7대 핵심 공약 중 가장 앞에 내세운 공약도 ‘학생 중심형 미래 AI 교육 대전환’이었다. 이 신임 총장은 “AI 개발뿐 아니라 AI 법, AI 교육 등 어떤 전공이든 AI와 융합할 수 있다”면서 “이화여대 출신이면 AI 분야에서 누구나 일할 수 있도록 AI 기반 교육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신임 총장은 빅데이터·AI 마이크로 및 나노 학위를 신설하고 맞춤형 AI 융합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을 일부 개편할 예정이다. 이공계와 인문사회계뿐 아니라 의대, 약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범대, 음대, 조형대 등이 있는 종합대학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융합 연구를 지원하는 ‘융합혁신연구원’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이 신임 총장은 “AI 기반의 첨단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탄탄히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재정 확충을 위해 발 벗고 뛰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재정을 모금하는 조직을 전문화, 고도화하고 연구개발(R&D) 수주를 확대해 연구비 규모를 2배가량 늘리는 게 목표다. 비학위 과정, 온·오프라인 교육사업 등을 통해 교비회계를 늘릴 계획이다.

이 신임 총장은 다양한 대외 활동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고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이 수여되는 서울 세계수학자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공로로 2016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을 받았다. 당시 그는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의 수석부위원장, 집행위원, 대외협력위원장을 겸임하며 대회 준비 과정에서부터 주요 기획 및 의사결정에 참여해 ‘117년 역사상 역대 최고의 성공적 대회’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사 등을 역임한 그는 2017년 여성 최초로 대한수학회 회장을 맡았다.

이 신임 총장은 선거를 준비하며 교내 구성원들과 500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구성원들의 조언과 진솔한 이야기를 수학자답게 꼼꼼히 기록했다. 그렇게 완성된 ‘이화노트’가 무려 12권이다. 이화노트 내용은 공약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 신임 총장은 “이화노트를 계속 써 나가겠다”면서 “교직원, 학생, 동창 등 이화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섬기는 자세로 자주 만나고 소통하는 ‘섬김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일하겠다”고 했다.

이 신임 총장은 “이화여대는 언제나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화 정신’으로 138년 동안 우수 인력을 배출해 왔다”며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융합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으로 자리매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과학기술#전문가#이향숙#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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