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러 갑니다]독성 낮고 생존율 높은 항암 백신 주목 “환자에 맞게 종양세포 표적화해 제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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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버턴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
모더나-머크사 공동개발한 암 백신
흑색종 환자의 79%, 암세포 사라져
맞춤형 항암 반응으로 암 예방-치료

폴 버턴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
폴 버턴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
국내외에서 암 예방은 물론 치료도 가능한 항암 백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암 치료법보다 독성은 낮고 생존율은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모더나와 MSD가 공동 개발 중인 암 백신이 고위험 흑색종 환자에게서 효과를 보였다는 중간 임상 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3∼4기 흑색종 환자 157명을 대상으로 중간 단계 임상 시험을 한 결과 ‘환자 맞춤형 암 백신 mRNA-4157(V940)’과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를 함께 투여한 환자 79%에게서 18개월 후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맞춤형 백신은 코로나 백신에 사용된 mRNA 기술이 적용됐다. 코로나 항원 대신에 환자의 종양 세포를 분석해 가장 강력한 면역 반응을 끌어낼 것으로 추정되는 신생 항원 34개를 암호화한 mRNA가 포함돼 환자에게 맞게 종양 세포를 더 효과적으로 표적화해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폴 버턴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를 만나 항암 백신에 관해 물었다.

홍은심 의학기자= 최근 항암 백신이 의료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항암 백신은 항암제인가, 백신인가.

폴 버턴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 백신은 면역 체계가 항체를 만들도록 훈련해 우리 몸이 질병과 싸우도록 돕는다. 우리 몸의 자연 방어력(면역력)을 사용해 특정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고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 암 분야에서는 개인 맞춤형 신생 항원 치료제를 사용해 T세포를 훈련하고 활성화해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파괴할 수 있도록 한다. 신생 항원 치료제 mRNA-4157(V940)은 환자 종양의 고유한 돌연변이에 맞는 맞춤형 항암 반응을 생성할 수 있도록 면역 체계를 준비하는 데 사용된다. 이미 존재하는 암을 치료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한다.

홍 기자= 개인 맞춤형 신생 항원 치료제는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나.

버턴 최고의학책임자= 개인 맞춤형 신생 항원 치료제는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환자의 암 특징에 맞게 설계됐다. 종양이 자라면서 유전적 돌연변이를 생성하고 이러한 돌연변이 중 일부는 환자의 암에 대한 고유한 신생 항원(면역 체계에 의해 외부 물질이라고 인식되는 단백질)을 생성한다. 종양 세포는 정상 세포에서 볼 수 없는 단백질 조각을 표면에 생성해 암의 지문 역할을 하는 표식을 만든다. 따라서 신생 항원 단백질은 맞춤형 암 치료에 적합한 표적을 제공한다. mRNA 기반 신생 항원 치료제는 세포에 환자가 가지고 있는 특정 암을 인지하고 공격하는 것을 돕는 신생 항원을 생성하도록 지시한다. 연구에 따르면 신생 항원 치료제가 특정 신생 항원 T세포 반응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그중 한 작은 연구에서는 환자 6명 중 4명에게서 암이 재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 항원 치료제의 mRNA 기술은 여러 신생 항원을 코드화할 수 있기 때문에 타 플랫폼에 비해 장점이 있다. 모더나와 머크(MSD)사가 개발한 신생 항원 치료제 후보 물질은 34개까지의 신생 항원을 코드화할 수 있다. 또한 mRNA는 DNA와 다르게 숙주 안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홍 기자= DNA 백신 등 국내 벤처 기업들도 항암 백신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mRNA 플랫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맞춤형 항암 백신은 다른 항암 백신과 어떻게 다른가.

버턴 최고의학책임자= 암 치료제는 모더나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우리의 mRNA 플랫폼을 이용해 설계한 최초의 치료법 중 하나다.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제 생산을 위해 구축된 제조 및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mRNA에 기반한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 제조 및 출시할 수 있었다. mRNA 기반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는 몇 가지 이점이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제조 과정의 속도와 효율성이다. mRNA 기술을 통해 전임상 모델에서 항원을 신속하게 생성하고 테스트해 후보 물질을 빠르게 정할 수 있다. 반면 mRNA 기반이 아닌 치료제들은 잠재적인 백신 구성물의 테스트를 시작하기 위한 표적 병원체의 생산, 전용 세포 배양, 또는 발효 기반 제조 생산 프로세스에 의존한다. 많은 암 환자가 치료법에 대한 임상 반응을 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개별화된 mRNA 백신 개발의 효율성은 중요할 수 있다. 우리는 소규모 배치 생산 기술과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백신을 몇 주 안에 만들 수 있다. 또한 매사추세츠 제조 시설 내에 있는 개별화된 유닛에서 이러한 임상 시험용 맞춤 항암 백신을 만들고 개발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파이프라인 전반에 일관된 프로세스를 사용할 수 있다.

홍 기자= 최근 AACR(America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에서 연구 발표를 했다고.

버턴 최고의학책임자= AACR에서 고위험 흑색종을 절제한 3·4기 환자를 대상으로 머크사의 면역항암제인(PD-1) 키트루다와 mRNA-4157(V940)의 병용 요법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 2b상 KEYNOTE-942/mRNA-4157-P201의 세부 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전체 치료 의향 분석 환자군에서 mRNA-4157(V940)과 키트루다 병용 요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높은 무 재발 생존율(RFS)을 보여줬다. 또한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과 비교해 병용 요법은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44% 감소시켰다. 무 재발 생존 위험률의 감소에서 보인 결과는 해당 병용 요법이 고위험군 흑색종 환자의 수명을 잠재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임을 암시한다.

홍 기자= 흑색종 외에도 신생 항원 치료제가 다른 암에도 적용될 수 있나.

버턴 최고의학책임자=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보조 효과 관련 임상 3상 연구를 시작한다. 또한 비소세포폐암(NSCLC)을 포함해 다른 종류의 종양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 개발 프로그램을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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