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미착용 단속 본격적으로 시작… 공유킥보드 업계 대응은?

동아닷컴 입력 2021-06-15 19:55수정 2021-06-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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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착용 의무화 등 킥보드 이용 시 지켜야 할 안전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 13일로 시행 한 달째를 맞으면서 계도기간이 끝났다. 개정안에 따라 킥보드를 탈 때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으면 범칙금 2만 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지난 14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역 부근에선 헬멧 없이 킥보드를 타는 이용자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 킥보드 이용자가 헬멧 착용 의무를 모르거나, 알고도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계도기간 동안 적발된 범칙금 부과 건수는 모두 1,522건이었다. 그중에서도 헬멧 미착용이 717건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본격적인 단속 첫날이었던 지난 13일 하루만 봐도 적발된 150건 중 헬멧 미착용이 114건이었다.

(출처=셔터스톡)

규제와 현실 사이 괴리가 가장 크게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 헬멧 착용 의무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전을 생각하면 가능한 헬멧을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여러 이유로 꺼려지는 게 현실이다. 휴대하기에 거추장스러운 데다 요즘 같은 날씨엔 헬멧 착용으로 인한 더위나 위생 문제도 무시하기 힘들다. 가볍게 잠깐 빌려 타는 공유킥보드 때문에 헬멧을 구매하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기도 한다.

업체 입장에서도 헬멧 착용 의무화가 꺼림칙한 건 마찬가지다. 규제 강화 이후 이용량이 반 토막이 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나마 남은 이용자들 보호 차원에서라도 헬멧 착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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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유엠피가 운영 중인 ‘씽씽’은 헬멧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자체 판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약 2만 원에 헬멧 세트를 구매하면 기본 이용료에 해당하는 잠금해제 비용 무료로 해주는 쿠폰을 10장 혹은 20장 덤으로 얹어주는 식이다.

씽씽은 저렴한 가격에 헬멧과 잠금해제 쿠폰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제공=피유엠피)

업체 차원에서 경찰청과 협력해 킥보드 안전 이용 캠페인을 벌인 사례도 있다. 라임코리아는 지난 14일 인천경찰청과 함께 인천 시내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동킥보드 안전 이용 교육을 하고, 이수자들에게는 헬멧을 기부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일부 업체들은 공용 헬멧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진출한 뉴런 모빌리티의 ‘뉴런’은 일찌감치 헬멧이 거치된 헬멧 일체형 킥보드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매스아시아가 운영 중인 ‘알파카’가 기기에 달린 고리에 거치하는 형태의 공용 헬멧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공용 헬멧을 거치하더라도 이용자가 실제로 헬멧을 착용했는지 확인하거나, 강제할 방법은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뉴런은 앱으로 ‘헬멧 인증샷’을 찍은 이용자에게 천원 할인 쿠폰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할인쿠폰은 잠금해제 비용을 지불할 때 쓸 수 있다.

뉴런은 헬멧 착용샷을 인증하면 1000원 할인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제공=뉴런 모빌리티)

뉴런 모빌리티 측이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수도권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안전 헬멧 착용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최대 2개 복수응답)에 대해 응답자 중 47.4%가 ‘공유 전동킥보드 운영사에서 안전 헬멧 제공’을 꼽았다. ‘경찰 단속 및 과태료 부과’(69.4%) 다음으로 높았다.

공용 헬멧 비치가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업체들이 선뜻 도입하길 꺼리는 이유는 있다. 분실이나 파손 같은 관리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용 헬멧을 도입한 매스아시아 측은 지역에 따라 약 30%에서 70%에 달하는 헬멧이 분실됐다고 밝혔다.

뉴런에서 운용 중인 킥보드는 헬멧이 결합된 형태다 (제공=뉴런 모빌리티)

대부분 업체는 근본적으로 현행 헬멧 규제는 실효성이 낮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당장은 현행 법규에 맞춰 이용자 보호 의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제도 개선을 해달라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라임코리아, 머케인메이트, 스윙, 윈두, 하이킥 등 5개 공유킥보드 업체는 지난 8일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에 자전거 도로에서만이라도 안전모 착용 단속을 하지 말아 달라는 성명을 전달하기도 했다.

헬멧 착용 의무화를 둘러싼 우려는 개정안 시행 후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전부터 헬멧 의무화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었다.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경우도 지난 2018년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단속이나 처벌 규정도 없이 사문화가 된 바 있다. 서울시에서 공공자전거 ‘따릉이’ 헬멧 대여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지만 이용률은 3%에 그쳤었다.

지난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따릉이’를 타고 국회 첫 출근을 했을 때, 때마침 자전거 헬멧 의무화 규정이 불려 나오기도 했다.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탄 이준석 대표가 법을 어겼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면서다. 15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이 대표는 이에 관해 “공유자전거를 타기 위해 헬멧을 들고 다녀야 한다면 그것도 과잉규제다. 오히려 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공유킥보드를 콕 집어서 말한 건 아니지만, 공유킥보드 업계는 이번 논란이 관련 규제 완화 논의가 정치권에서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 대표는 도심 이동에 공유킥보드나 자전거를 애용한다고 이날 방송과 SNS 등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가 2030을 대변하는 만큼, 2030이 많이 이용하는 전동킥보드 문제에 관해서도 이용자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ikita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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