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도 리니지, 저 게임도 리니지..한국은 '리니지 공화국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3월 25일 18시 21분


코멘트
'<< "'R2M'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정도로 비슷해도 되나 싶어서요. 최근에 출시됐거나 출시될 RPG들도 보면 다 '리니지2M'과 판박이던데요."

최근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이하 엔씨(NC))의 한 관계자와 대화하다 나온 얘기다. 이 관계자는 엔씨(NC)가 '리니지' IP를 활용한 게임들로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게임사들이 '리니지' 판박이 게임을 출시하고 있어 우려된다는 말을 전했다>>

국내 시장이 '리니지 공화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마켓 매출 상위권이 온통 '리니지' 형태의 게임들로 뒤덮힌 모양새다.

엔씨소프트 역대 최대 실적..'리니지' 형제들 파워

지난해 엔씨(NC)는 '리니지' IP를 가진 게임들로 역대 최고의 실적을 맛봤다. 엔씨(NC)가 연초에 발표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엔씨(NC)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4162억 원, 영업이익 8248억 원, 당기순이익 5866억 원을 기록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 출처 : 엔씨소프트 제공
리니지M과 리니지2M / 출처 :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NC)는 매출 2조 클럽 가입과 함께 역대급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중 '리니지M'과 '리니지2M', PC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리니지2', 그리고 넷마블과 계약한 '리니지2 레볼루션' 등을 합쳐 엔씨(NC)의 '리니지' 계열 게임들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리니지M'으로 8287억 원을, '리니지2M'으로 8496억 원을, 그리고 PC '리니지'로 1,757억 원을, '리니지2'로 1,045억 원을 벌어들인 상황.

특히 모바일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출시 후 단 한 번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을 정도로 압도적인 매출 순위를 기록하면서 '리니지'는 PC온라인 게임의 역사 이후 모바일 시장에서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국의 대표 IP로 자리잡았다.

계속되는 리니지 벤치마킹.. 공고해진 '리니지 공화국'

이렇게 엔씨(NC)가 '리니지' IP를 활용한 게임들로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타 게임사들의 '리니지' 벤치마킹도 도를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리니지'와 비슷하게 만들면 '일단 돈 벌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기저기서 '리니지' 형태의 게임이 출시되고 있는 것.

리니지M과 흡사한 게임들 반응 / 출처 : 구글 검색 캡처
리니지M과 흡사한 게임들 반응 / 출처 : 구글 검색 캡처

지난 2016년도에 엔씨(NC) 보다 먼저 '리니지' 짝퉁 모바일 게임을 출시해 위세를 떨쳤던 '아덴'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카오스 모바일', 'R2M', 이카루스 이터널', '킹덤' 그리고 최근 출시를 앞둔 'DK모바일' 등 국내 시장에 '리니지' 시스템을 차용한 게임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과거에는 '리니지M' 시스템을 판박이로 베낀 게임들이 다수였으나 최근 트렌드는 '리니지M'에 '리니지2M'의 시스템을 섞는 것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단순히 경제 시스템만 베끼는 수준을 넘어서 최근에는 게임 UI(이용자 환경)도 거의 같게 만드는 게임이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변신, 뽑기 콜렉션, 아인하사드 시스템 등의 시스템은 국내에 출시된 대부분의 RPG에 탑재되고 있을 정도다.

때문에 국내 게임시장에는 '저렴한 리니지', '겉모습만 바뀐 리니지', '리니지 짝퉁' 등의 수식어가 붙는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며, 이렇게 '리니지'와 닮은 게임들이 매출 순위 상위권에 안착하면서 당분간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리니지 게임, 왜 이렇게 인기있나?

그러면 '리니지'는 왜 이렇게 인기를 누리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리니지'가 전형적인 페이투윈(돈을 쓰는 만큼 승리하는 방식)과 경쟁 요소, 그리고 레트로 붐과 맞물려 현재의 인기를 얻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22주년을 맞이한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 / 출처 : 엔씨소프트 제공
지난해 22주년을 맞이한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 / 출처 : 엔씨소프트 제공

우선 90년대에 '리니지'가 국민 게임이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리니지'라는 게임이 처음 등장했을때 즐기던 게이머들이 워낙 많고, 세월이 지나 청년들이 40대~50대 아재가 되어 한 달에 10만원부터 수천만 원까지 지를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게 되어 흥행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

여기에 '리니지'가 경쟁에 특화된 게임이다보니 싸워서 이기려는 심리가 자극됐다는 점도 부각된다.

나이를 먹게 된 게이머들이 더 아집과 자존심이 세진 상태에서, 게임 내에서 지는 게 용납이 안되어 게임에 돈을 쓰는 경우가 늘어났고, 또 과금이 확률형이다보니 '남들은 이정도면 나왔다던데?'라는 소문으로 '나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 더 지르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마지막으로 '리니지' 류 게임이 철저하게 돈을 쓴 만큼 게임 내에서 대우를 받을 수 있고, 모바일로 전환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접속이 용이하게 된 환경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화되는 리니지 왕국.. 갈라파고스 우려도


하지만 이처럼 국내 게임 시장이 '리니지 왕국'으로 변모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심화되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 젊은 층의 한국 게임 혐오현상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2월 기준 20세 미만 게이머들이 즐기는 게임이 1위 '쿠키런: 킹덤', 2위 '배틀그라운드', 3위 '브롤스타즈', 4위 '카트라이더 러시 플러스', 5위 '마인크래프트', 6위 '로블록스', 7위 '어몽어스', 8위 '좀비고등학교', 9위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10위 '포켓몬고'로 집계됐다.

'리니지' 류 게임이 단 한 종도 없으며, 심지어 RPG로 축소해봐도 '쿠키런: 킹덤' 하나 뿐이다. 당장 10대를 중심으로 '리니지' 류 게임들을 외면하는 현상이 만연하며, 장기적으로 이들 세대가 주류가 되는 시점이 되면 '리니지' 류 게임이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이들 '리니지' 류 게임들이 대만이나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수출이 거의 안되는, 한국 독자적으로 인기를 얻는 게임이라는 점도 우려할 점으로 지목된다.

규제 일변도인 한국 시장만을 타겟으로 '리니지' 게임 개발에 몰두하다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정치권의 확률형 아이템 표적화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윤장원 동명대 디지털 공학부 교수는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일본을 넘어서는 갈라파고스 형태의 독자적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이같은 현상은 결코 한국 게임시장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이미 각종 지표들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