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1] 새로운 도약 노리는 카카오게임즈, 방향은 옳았으니, 속도를 낼 때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2월 17일 1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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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코스닥에 입성한 카카오게임즈가 코로나19 시국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며 순조롭게 2020년을 마감했다. 따따상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덕분에 지금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아보일 수도 있으나, 여전히 공모가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안정적인 주가를 유지 중이다.

2020년에 기록한 전체 매출 4955억 원은 설립 후 역대 최대 규모이며, 영업이익도 66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7%, 영업이익은 약 90%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 역시 673억 원으로 약 659%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출처=게임동아)
카카오게임즈(출처=게임동아)

상장 전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 게임하기 채널링 사업 의존도가 높은 수익 구조 때문에 지나치게 낮은 영업이익률이 약점으로 지적됐으나, 적극적인 퍼블리싱 전환으로 영업이익률을 많이 끌어올린 것이 눈에 띈다. 여전히 타 게임사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부족하긴 하지만, 자체 게임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계속 나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성과는 2019년과 마찬가지로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와 프린세스 커넥트 등 기존 인기 게임들이 버텨주는 가운데, 혜성처럼 등장한 가디언테일즈 등 신작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준 덕분이다. 신사업인 카카오VX도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스크린골프장 사업 등으로 순조롭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게임즈 2020년 실적(출처=게임동아)
카카오게임즈 2020년 실적(출처=게임동아)

2020년 7월에 등장한 가디언 테일즈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과를 거두면서, 카카오게임즈 해외 매출 다변화에 큰 힘이 됐으며, 2020년 12월에 등장한 야심작 엘리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PC방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첫달 100억 원의 판매 금액을 기록하면서 힘을 보탰다.

카카오게임즈의 발표에 따르면 PC온라인 게임 부분은 1838억 원을 기록했으며, 모바일 게임 부문은 2490억 원을 기록했다.

가디언테일즈(출처=게임동아)
가디언테일즈(출처=게임동아)

엘리온이 기록한 첫달 매출 100억 원은 최근 대작 모바일 MMORPG들이 하루에도 100억이 넘는 기록적인 매출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로 보일 수 있으나, 주력 수입원인 PC방이 코로나19로 무력화된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비교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는 서비스 두 달만에 332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다만, 국내 최초로 바이투플레이 모델을 적용하면서, 최소 9900원부터 66000원까지 3가지 상품으로 구성된 패키지를 구입해야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 변수다. 과금 모델 때문에 동시접속자 수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지만, 반면에 출시전 기대감을 기반으로 한 사전예약 패키지 판매로 출시 시기에 맞춰 일시적으로 큰 매출을 끌어당기는 효과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신규 유입이 점점 줄어들게 되는 올해에도 부분유료화 상품 판매만으로 첫달과 같은 수준의 매출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돼 PC방이 활성화된다면 확실히 나아질 수도 있으나, 현재는 코로나19도, 그리고 게임 분위기도 미지수다.

엘리온(출처=게임동아)
엘리온(출처=게임동아)

어쨌든 2020년에 가디언 테일즈와 엘리온이라는 신규 매출원이 더해진 것은 긍정적인 상황이나, 올해 2분기에는 다소 큰 타격이 예정되어 있다. 그동안 해외 매출을 든든하게 책임져주던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의 계약이 2월 24일 종료된다.

카카오게임즈의 발표에 따르면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로 2019년에 약 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0년에는 3분기까지 해외 매출 762억 원을 기록하면서 해외 매출이 크게 성장했으나, 3분기에 출시된 가디언테일즈의 글로벌 수익이 더해진 결과인 만큼,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한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분기별로 최소 200억 정도의 해외 매출이 빠지게 된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 매출이 당장 2분기부터 빠지게 되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신규 매출원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볼 수 있다. 검은사막의 이탈을 대비해 미리부터 준비한 엘리온은 바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 측은 엘리온의 북미, 유럽 서비스를 올해 하반기라고 예고하고 있기는 하나, 서버 불안정과 콘텐츠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엘리온의 현재 상황을 봤을 때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펄어비스로 이관되는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출처=게임동아)
펄어비스로 이관되는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출처=게임동아)

카카오게임즈가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준비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상반기 내 출시 예정인 만큼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엘리온 대신 2분기에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PC, 모바일 멀티 플랫폼 게임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블레이드로 유명한 김재영 대표가 설립한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신작으로, 마비노기 영웅전으로 유명한 김범AD 등 유명 개발진이 다수 투입돼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국내 뿐만 아니라 대만 서비스 권한도 확보했으며,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지분 약 21.6%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출처=게임동아)
오딘 발할라 라이징(출처=게임동아)

현재 리니지M 등 기존 인기작이 건재하고, 그랑사가, 쿠키런 킹덤 같은 신작들, 그리고 엔씨소프트가 준비한 또 하나의 폭탄 블레이드&소울2이 출격을 예고하고 있는 등 시장 분위기가 만만치 않긴 하다. 하지만,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예상대로 상위권에 오를 수만 있다면, 모바일MMORPG 특유의 폭발력을 감안했을 때, 검은사막을 머리 속에서 완전히 지울 수도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 역시 빠른 출시보다는 완성도가 더 중요한 만큼, 상황에 따라 하반기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게임즈가 그동안 자체 라인업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한 덕분에 오딘 외에도 올해 준비한 신작 라인업이 꽤 있다. 1분기 스타일링 게임 앨리스 클로젯을 시작으로, 월드플리퍼, 프렌즈파티골프, 영원회귀:블랙서바이벌, 카카오페이지 플레이, 소울아티팩트, 테라파이어, 가디스오더, 프로젝트킹 등이 순차적으로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아쉽지만, 나름 쏠쏠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패스오브엑자일의 후속작은 코로나19로 인한 개발 지연으로 공개 시점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영원회귀 블랙 서바이벌(출처=게임동아)
영원회귀 블랙 서바이벌(출처=게임동아)

특히, 카카오게임즈가 무려 5차례에 걸쳐 2325억 원을 투자하면서 최대 주주에 오른 넵튠의 신작 영원회귀:블랙 서바이벌은 새로운 배틀로얄 장르로 나름 가능성을 보여준 상태이며, 배틀로얄과 다른 새로운 재미를 노린 서바이벌 장르 테라파이어, 그리고 가디언테일즈보다 먼저 레트로 스타일 열풍을 일으킨 로드컴플릿 크루세이더 퀘스트 개발진의 신작 가디스오더, 프린세스커넥트로 실력을 보여준 사이게임즈의 월드플리퍼 등도 기대가 된다.

가디스 오더(출처=게임동아)
가디스 오더(출처=게임동아)

공격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퍼블리싱 파트와 달리 자체 개발쪽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캐주얼 게임 파트를 책임지고 있는 프렌즈게임즈는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신작을 올해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적인 유료화 모델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엑스엘게임즈가 준비하고 있는 아키에이지2는 덩치가 있는 만큼 내년이나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 자회사 라이프엠엠오에서 별도로 준비중인 아키에이지 워크는 AR 게임 특성상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출시 시기를 잡는 것이 무의미하다. 카카오페이지와 협업하는 카카오페이지 플레이는 비슷한 성격을 가진 넷마블의 BTS 유니버스 스토리 상황을 봤을 때 출시 전까지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이용자들이 직접 개입해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장르적인 특성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 중인 아키에이지2(출처=게임동아)
엑스엘게임즈가 개발 중인 아키에이지2(출처=게임동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장 전체가 코로나19의 영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올해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판호도 여전히 거대한 변수로 남아있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신작들이 힘을 내줘서 검은사막 이탈로 인한 2분기 충격을 버티고, 엘리온이 북미, 유럽에서 자리를 잡고, 내년에 아키에이지2로 이어지는 그림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 2021년 신작 계획(출처=게임동아)
카카오게임즈 2021년 신작 계획(출처=게임동아)

검은사막의 이탈이 꽤 아픈 상황이긴 하나, 그동안 미리 준비한 덕분에 대안이 없는 상황은 아니다. 모든 게임이 가디언테일즈급으로 성장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만이라도 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다면 2021년 역시 따뜻한 한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분 2%를 보유하고 있는 크래프톤도 올해 상장 최대어로 기대를 모으고 있어, 코스닥에 순조롭게 입성한다면 카카오게임즈 주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계획을 처음 발표한 2018년부터 자체 라인업 부족, 그리고 검은사막 이탈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인 사업 전략을 준비해왔고, 이제 조금씩 성과도 나오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나아가는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올해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더 올릴 일만 남았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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