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붕 교수 "제조업의 미래, '협업 애플리케이션'이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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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2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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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의 대두로 가장 바빠진 건 역시 산업계, 특히 그 중에서도 제조업 분야다. 인공지능 및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5G, 스마트팩토리 등의 새로운 기술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도입해 자동화 및 효율화를 이루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의 기업, 그리고 그들의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인들도 각종 기술의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 자동화에 따른 사회의 변화상에 기대와 불안감도 교차한다.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출처=IT동아)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출처=IT동아)

이러한 시기에 중요한 것이 이른바 ‘멘토’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풍부한 지식 및 노하우를 통해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예측함에 따라 시장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캠퍼스 내의 학술연구 외에 각종 외부강연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를 조명한 ‘포노 사피엔스’, 코로나19 시대의 변화상을 서술한 ‘CHANGE 9’등의 베스트셀러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는 산업 자동화의 물결속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로봇의 효율성이 공존할 수 있는 협동로봇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의 핵심 솔루션인 ‘협업 애플리케이션(Collaborative Application)’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Q1.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최근 제조업은 급변하고 있다. 어떤 점에 특히 주목하는가?

: 디지털 기술의 전반적인 적용을 통해 혁신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제조업에도 필수가 되었다. 이는 단순히 공정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효과 외에 해외로 나간 기업을 국내로 다시 불러올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테면 소프트웨어만 가지고도 전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고, 유통업계의 개발자들이 하드웨어도 만들 수 있게 된다.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꼭 진입해야 할 단계이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코리안 뉴딜’ 역시 같은 맥락이다.

Q2. 제조 자동화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로봇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람은 소외되는 것 아닌가?

: 그건 오해다. 현재 첨단화된 자동차 공장 같은 곳만 봐도 주로 용접과 같은 위험한 작업에만 로봇이 투입된다. 로봇만으로 모든 공정을 한다 하여 꼭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아디다스에서 야심차게 선보였던 ‘스피드 팩토리’ 경우, 주요 공정을 대부분 기계에 맡겼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정해진 디자인과 방식으로만 제품을 생산해선 사람들의 변덕스러움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로 섬세하고 예민한 로봇이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은 꼭 필요할 것이다.

사람과 함께 협업하는 협동로봇 (출처=(좌)쿠카, (우)두산로보틱스)
사람과 함께 협업하는 협동로봇 (출처=(좌)쿠카, (우)두산로보틱스)

Q3. 향후 제조업에서 로봇과 사람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하는 게 좋을까?

: 혹자는 로봇이 전지전능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보행 로봇이나 카이스트의 휴보(HUBO) 등을 보면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로봇들은 대부분 전시용, 혹은 시험용일 뿐이다. 진짜 실용적인 로봇은 산업현장에서 사람의 손과 눈 역할을 하는 ‘협동로봇’ 들이다. 이를테면 사람 팔 모양의 협동로봇은 사람의 작업 내용을 참고해 더 잘 들고 옮길 수 있도록 설계된 것들로,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창의성을 더욱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화되었다.

Q4. 이러한 협동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쓰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 우선 사람의 작업을 잘 분석해서 어떤 알고리즘이 필요한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손과 눈만큼 섬세하게 무게를 느끼고 물체를 인식하는 기술, 그리고 이들을 조율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그리고 통신기술 등이 통합된 ‘협업 애플리케이션’ 구축이 중요하다. 사람에게 눈과 손이 중요한 것처럼 협동로봇에선 그리퍼(로봇의 손가락), 비전 카메라(사물 감지), 센서(힘 감지) 및 로봇과 작업자를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다양한 협업 애플리케이션 솔루션이 잘 구성되어야 한다. 제조현장에서는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효율적인 협업 애플리케이션 구축이 절실하다.

협업 애플리케이션 솔루션의 사례 (출처=온로봇)
협업 애플리케이션 솔루션의 사례 (출처=온로봇)

이를 위해서 4가지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기존 자원을 이용하여 여러 협업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하고 운영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어야 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로봇이나 작업장을 협업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위해 모두 다 바꿀 수는 없다. 기존 작업장에 사용하던 자원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효과적인 협업 툴을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둘째, 짧은 투자 회수 기간과 관리 시간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셋째, 비용절감과 경쟁력을 유지하고 ROI(투자자본수익률)를 높여야 한다. 넷째, 직원이 직접 관리하고 운영 제어할 수 있도록 사용이 쉬워야 한다. 많은 제조업체가 여전히 자동화를 복잡하고 시간과 공간,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복잡하지 않은, 로봇 솔루션의 혜택을 빠르게 얻게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협업 애플리케이션’ 구축의 목적이다.

Q5. 협업 애플리케이션의 발전에 따라 향후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나?

: 협업 애플리케이션이 발달하면 기존의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예전에 모 치킨 브랜드가 로봇을 치킨 조리에 투입하려 했는데 실패했다. 당시엔 사람의 손만큼 섬세하게 양념을 바를 수 있는 그리퍼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상된 협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자동으로 섬세하게 조리된 치킨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손쉽게 자동화 시스템을 전개할 수 있는 것도 협업 애플리케이션의 장점이다. 협동로봇이 점점 일반적인 산업용 툴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유연성과 직관성을 갖춘 협업 애플리케이션은 필수가 될 것이다.

다양한 로봇팔과 결합하여 작업가능한 협업 애플리케이션 (출처=온로봇)
다양한 로봇팔과 결합하여 작업가능한 협업 애플리케이션 (출처=온로봇)

그리고 이러한 협업 애플리케이션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제조업체 자동화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다양한 환경 속에서 높은 편의성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개선하려는 프로세스 및 선호하는 로봇에 상관없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신속하고 원활하게 자동화를 이루어 줄 것이다. 협동로봇은 제조업체에서 사람이 직접 물건을 손가락으로 집고, 조립하고, 지정된 위치에 올려놓고, 자재처리나 마감 처리까지의 다양한 업무 등 자동화 제조공정 자동화 업무를 돕는다.

이런 협동로봇의 주요 활용 분야인 자재처리, 조립 및 픽앤플레이스 (Pick&Place) 세 부분이 전체 협동로봇 매출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협동로봇 시장은 협업 애플리케이션 시장과 연동되어 있는데, 이는 곧 제조업체의 유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대기업 외에 소규모 사업체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협업 애플리케이션 업계의 대표적인 기업 중 한 곳인 덴마크의 온로봇(OnRobot) 같은 업체는 협업 애플리케이션이 중소 제조업체의 공정 자동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Q6. 이러한 협동로봇 시장의 확대가 한국에 어떤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한국의 산업용 협동로봇 시장은 세계 4~5위 수준으로, 국토 면적에 비하면 매우 규모가 크다. 한국의 제조업이 매우 활발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극복과 관련해서도 한국의 마스크 생산능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인력이나 공장의 규모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바로 로봇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밝다. 그리고 여기서 더 필요한 건 협동로봇 및 협업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제조업 자동화를 통해 경쟁력 증진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기업들의 노력을 바란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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