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의 희망 ‘면역항암제’

  • 동아일보

이정은 충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정은 충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심사평가원의 암질환심의위원회 회의가 또 한번 연기되면서 폐암 환자들의 기대는 또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아쉬움은 누군가의 시간이고 누군가의 고통이라는 것이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 암질환심의위원회는 항암제에 대한 보험 급여를 논의하는 첫 관문으로 회의 연기에 따라 급여신청 3년 차인 면역항암제 1차 요법에 대한 논의 기회도 함께 미뤄지고 있다. 오늘도 진료실에서는 ‘최고로 좋은 약’을 써 달라는 환자에게 의사는 ‘최선의 약’을 쓸 수밖에 없다.

2017년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면역항암제는 현재 폐암 환자들에게 가장 희망적인 치료제이자 의료진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혁신 신약이다. 다수의 임상 연구를 통해 폐암에서 높은 치료 반응률과 생존기간 연장, 삶의 질 개선 그리고 장기 생존의 가능성까지 확인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모든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첫 진단부터 표준 치료로 면역항암제를 투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면역항암제를 폐암 1차 치료에 쓰려면 1년에 약 1억 원의 치료비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보험 급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어떤 약제로도 보여주지 못했던 효과들이 입증됐지만 그 효과는 환자들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환자가 몇이나 있겠는가 말이다.

형님의 진료를 위해서 동생이 대신해 외래에 방문했다. 형은 현재 타 병원에 입원 중이며 2차 치료제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후 완전 관해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1차 치료제가 충분히 효과적이지 못했던 탓에 흉추에 있던 폐암은 방사선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척추신경을 눌러 평생 누워 지낼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한다. 이 환자의 폐암은 면역항암제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PD-L1 발현율 90%였다. 이 환자가 면역항암제로 첫 치료를 받았다면 분명 동생은 다른 의사를 찾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찾아오더라도 환자가 직접 걸어서 왔을 것이다. 그리고 넉넉히 2년은 함께할 수 있었을 거다. 이렇게 1차 치료제의 선택은 중요하다. 1차 치료제의 효과는 추가적인 치료가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고 2차 치료로 이어질 확률을 높이며 5년 뒤에도 환자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열어준다.

2월에는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답변서를 통해 면역항암제의 급여화를 보다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3년째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 급여 문제가 올해는 결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대한민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 한 마음으로 극복해가는 요즘 하루빨리 암질환심의위원회 회의가 개최돼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폐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정은 충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헬스동아#건강#의학#면역항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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